(다해 사순 제3주일 강론)

 

죄인들의 회개를 기다리시는 하느님

 

왜 하느님은 악인들을 살려두시는가? 상선벌악의 하느님이라면 죄를 물어 바로 처단하시는 것이 정의가 아닌가?” 보통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 비유를 드시며 죄인들의 잘못에 인내하시고 그들의 회개를 기다리시는 하느님을 설교하십니다. 쓰리 아웃으로 끝내지 말고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자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회개하지 못하고 죽으면 그 벌이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영원히 꺼지지 않는 지옥 불 속으로 들어가기를 원치 않으십니다. 악인이든 선인이든, 죄인이든 의인이든 모두 구원받아야 할 당신의 자녀들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이신 하느님에게 죄인은 용도폐기의 대상이나 실패작이 아니라 잃어버린 자식에 지나지 않습니다. 찾아야 하고, 병을 고쳐주어야 하고, 목숨을 살려 주어야 합니다. 아버지에게 자식은 길을 잃어버린 강아지와 같고, 패륜아가 아니라 치료하고 돌보아야 할 병든 환자이며, 죽었다가 되살아온 아픈 새끼 손가락입니다.

 

주인님, 이 나무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 그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러면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

 

여기서 거름을 준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소작농의 입장에서 거름은 최후의 수단입니다. 스스로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를 위해 소작농은 희망을 가지고 한 번 더 도전합니다. 아무리 죄인이라도 하느님은 포기하지 않고 그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온갖 방법으로 선도합니다. 거름은 훈계, 충고, 용서, 자비, 인내, 기도 같은 것들을 말하겠지요.

 

사목자도 복음 속의 소작농과 비슷한 처지인데, 자주 열매 맺지 못하는 나무들을 다 잘라 버리고 싶은 유혹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내가 그렇게 강론, 훈화, 특강 때 거듭 이야기했는데, 내 말을 듣지 않고 지 맘대로 사네. 시범 케이스로 공개 처형해 버려? 문제 신자들을 그냥 교적에서 파버려?”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가족들에 대해서, 직장 동료들에 대해서, 교우들에 대해서 잘잘못을 따지고 그 결과에 따라서 처단하지 않습니까? 우리에게 인내와 자비는 있습니까?

 

사순시기 참된 회개는 무엇일까요? 내가 죄를 짓지 않고 하느님께 돌아오는 것도 회개이지만, 다른 죄인들이 회개할 때까지 참고 기다려 주는 것도 회개가 아닐까요?

 

오늘 제1독서에서 모세는 떨기나무에서 하느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나는 이집트에 있는 내 백성이 겪는 고난을 보아고, 울부짖는 그들의 소리를 들었다. 정녕 나는 그들의 고통을 알고 있다.”(탈출 3, 7) 그리고 하느님은 당신의 이름을 알려주시며 그들의 하느님이 되어 주실 것을 약속합니다. 당시 히브리인들은 이집트에서 노예였고, 천대받는 이방인이었으며, 가난하고 비루한 소수 민족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탈출 후 배은망덕하게도 자주 하느님을 배신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죄인들의 표상입니다. 그럼에도 하느님은 첫사랑이었던 그들을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40년 동안 광야를 걸어야 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끊임없이 유혹에 빠지고 죄를 지으면서 하느님께서 자비로우신 아버지이심을 깨닫게 됩니다. 죄가 많은 곳에 은총이 많다고 했습니다. 회개의 여정을 걸어가는 사순시기는 바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체험했던 자비의 하느님을 만나는 과정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심으로 자신의 죄를 뉘우쳐야 합니다. 회심 없는 사순시기는 그저 의미 없는 형식적인 전례시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주 고해성사를 통해서 속죄와 보속을 행하도록 합시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 다해 연중 제3주일 강론 주임신부1004 2025.01.28 10
20 25년도 설 위령미사 강론 주임신부1004 2025.01.30 11
19 다해 주님 봉헌 축일 강론 주임신부1004 2025.02.02 11
18 다해 연중 제4주일 강론 주임신부1004 2025.02.10 10
17 다해 연중 제7주일 강론 주임신부1004 2025.02.23 10
16 다해 연중 제8주일 강론 주임신부1004 2025.03.02 10
15 다해 사순 제1주일 강론 주임신부1004 2025.03.11 9
14 다해 사순 제2주일 강론 주임신부1004 2025.03.18 8
» 다해 사순 제3주일 강론 주임신부1004 2025.03.24 8
12 다해 사순 제4주일 강론 주임신부1004 2025.04.03 4
11 다해 사순 제5주일 강론 주임신부1004 2025.04.07 6
10 다해 주님 성지 주일 강론 주임신부1004 2025.04.14 5
9 다해 주님 만찬 성목요일 강론 주임신부1004 2025.04.20 2
8 다해 주님 수난 성금요일 강론 주임신부1004 2025.04.20 2
7 다해 주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 강론 주임신부1004 2025.04.20 8
6 다해 주님 부활 대축일 낮 미사 강론 주임신부1004 2025.04.20 6
5 프란치스코 교황 추모 미사 강론 주임신부1004 2025.04.28 11
4 다해 부활 제3주일 강론 주임신부1004 2025.05.04 16
3 다해 부활 제5주일 강론 주임신부1004 2025.05.19 18
2 2025년 성모의 밤 미사 강론 주임신부1004 2025.05.29 6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 6 Nex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