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2025.03.23 08:21

사순 제3주일 강론

조회 수 40 추천 수 0 댓글 0
사순 제3주일(다해, 2025년 3월 23일) 강론
 
찬미 예수님, 지난 목요일 춘분을 보내고 이제 따뜻한 봄의 기운을 느끼게 합니다. 만물이 새롭게 생동하는 봄기운처럼 우리의 가정도 좀 더 평화롭고 경제도 새롭게 살아나서 그동안 닫혔던 우리의 마음들이 활짝 열려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세상이 되길 희망해봅니다.
 
오늘의 복음 말씀은 크게 두 구조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는 당시 유대 지방을 통치하던 빌라도 총독에게 학살당한 갈릴레아 사람들과 (당시 예루살렘의 급수시설로 이용하던) 실로암의 급수탑이 무너져 열여덟 명이나 깔려 죽은 사람들이 다른 이들보다 죄가 더 많아서 하느님으로부터 단죄받은 것이 아니라 회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언급하시면서 유대인들에게 회개할 것을 강조하십니다.
둘째는 삼 년 동안이나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를 배어버리라는 주인의 말에 재배인은 한 해만 더 참아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 나오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 두 내용은 회개하지 않으면 벌을 받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는 잘라버리라는 단죄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묵상하면 오늘의 복음 내용은 단죄와 처벌하시는 하느님 상이 아니라 적극적인 회개를 호소하시는 하느님, 그래서 하느님이 벌을 주시는 분이 아니라, 생명을 심고 기다리는 분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천주교 신앙의 가르침은 지난 1960년대 중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만 해도 수직신학의 하느님 상으로서 단죄하시고, 처벌하시며 심판하시는 두렵고 엄격한 하느님 상이었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부터는 수평신학의 하느님 상으로서 사랑의 하느님, 자비와 용서의 하느님 상을 강조합니다. 
인간은 고대부터 갑작스런 재난이나 불행을 당하면 이것이 하늘이 내린 재앙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처럼 어쩔 수 없는 운명이거니 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은 어떤 면에서 현실을 좀 더 깊이 깨닫기를 회피함으로써 자기의 마음을 평온히 유지하려는 일종의 심리적 방어기제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것이 하느님의 응징 방법이 아니라고 하십니다. 오히려 그런 사건을 두고 체념적으로 그냥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그 불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더 겸손하고 더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께서는 이러한 운명론을 신봉하는 신앙인의 모습을 원치 않으십니다. 대신 우리가 먼저 적극적으로 회개하기를 참고 기다리며 바라십니다.
 
따라서 문제는 ‘죄’의 많고 적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회개’의 유무(有無)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죄를 짓기 마련이고 완벽한 인간이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재의 수요일 미사 때 머리에 재를 바르면서 들었듯이 ‘우리 인간은 흙에서 왔고 다시 흙으로 돌아갈 나약하고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유혹에 빠지고 죄를 짓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비록 우리가 아담과 하와처럼 선악과를 따먹고, 노아 시대의 사람들처럼 홍수의 순간까지도 먹고 마시며 폭력을 일삼거나, 파라오처럼 끝까지 고집을 부리고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침으로써 회개할 수만 있다면 주님께서는 ‘돌아온 탕자’를 받아드리는 마음으로 우리를 반겨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분노에는 더디시나 자애는 넘치시는 주님께서는 죄를 뉘우치고 당신의 품속으로 찾아드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끊임없는 용서와 새로운 기회를 선사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고대 교부 떼르뚤리아누스도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 되어가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줄탁동시’란 말이 있습니다. 알 껍질이 그냥 저절로 깨지는 것이 아니라 어미 새가 끊임없이 껍질을 두드려주다가 어느 순간 알 껍질 속 새끼 새의 부리와 껍질을 사이에 두고 맞부딪힐 때, 그 순간 껍질이 깨지고, 새끼의 부리로 전달되는 어미의 힘이 새끼의 온몸을 자극하여 새끼의 진짜 삶이 시작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듣는 주님의 말씀이 생명이 되고 우리의 신앙이 더 성숙되기 위해서는 긴 인내로 껍질을 쪼아주는 어미 새의 수고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매주일 미사참례를 통해 성체를 모시고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꾸준히 기도 생활에 매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께서는 이번 사순시기를 통해 또다시 우리 모두에게 기회를 주셨습니다. 당장 잘라버리실 수도 있었지만, 우리가 변화되고 열매를 맺게 될 것임을 믿고 그때를 또다시 미뤄주신 것입니다. 
이제 하느님께서 지금 우리에게 베풀어 주시는 크신 자비에 감사를 드리면서, 아직 시간이 있을 때에 우리의 삶을 하느님께로 돌리면서 회개의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이런 충고를 귀담아듣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얘야, 네가 태어났을 때 너는 울음을 터뜨렸지만, 사람들은 기뻐했단다. 네가 죽을 때에 또한 사람들은 울음을 터뜨리겠지만, 너는 기뻐할 수 있도록 살아야 한다.”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2 연중 제14주일 강론 토현홍보분과장 2025.07.06 15
81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강론 토현홍보분과장 2025.06.29 24
80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강론 토현홍보분과장 2025.06.22 22
79 삼위일체 대축일 강론 토현홍보분과장 2025.06.15 25
78 성령 강림 대축일 강론 토현홍보분과장 2025.06.08 12
77 주님 승천 대축일 강론 토현홍보분과장 2025.06.01 29
76 부활 제6주일 강론 토현홍보분과장 2025.05.25 26
75 부활 제4주일 강론 토현홍보분과장 2025.05.11 24
74 부활 제3주일 강론 토현홍보분과장 2025.05.04 21
73 프란치스코 교황 추모미사 강론 토현홍보분과장 2025.04.27 17
72 주님 부활 대축일 낮미사 강론 토현홍보분과장 2025.04.20 30
71 예수 부활 성야미사 강론 토현홍보분과장 2025.04.20 12
70 주님 수난 성지주일 강론 토현홍보분과장 2025.04.13 33
69 사순 제5주일 강론 토현홍보분과장 2025.04.06 24
68 사순 제4주일 강론 토현홍보분과장 2025.03.30 26
» 사순 제3주일 강론 토현홍보분과장 2025.03.23 40
66 사순 제2주일 강론 토현홍보분과장 2025.03.16 22
65 사순 제1주일 강론 토현홍보분과장 2025.03.09 27
64 연중 제8주일 강론 토현홍보분과장 2025.03.02 39
63 연중 제7주일 강론 토현홍보분과장 2025.02.23 2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