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이름
오늘 제1독서 탈출기 3장의 말씀은 구약성경 전체를 통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모세를 부르시고, 고통에서 울부짖는 이스라엘을 이끌어 주실 것을 약속하시며, 하느님 당신의 이름을 알려주십니다. 모세가 하느님을 만난 이 체험은 이스라엘 민족의 가장 원초적인 하느님 체험을 담고 있습니다. 모세의 하느님 체험과 그 분 하느님께 대한 신앙고백은 구약성경 전체를 관통하여 계속적으로 이스라엘 민족의 기억을 되새기도록 합니다. 오늘 특별히 하느님의 이름 야훼와 그 의미에 대해 묵상하도록 하겠습니다.
하느님은 모세에게 당신 이름을 계시해 주십니다. 하느님의 이름은 “나는 있는 나다”입니다. 더 단순하게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자면, 하느님의 이름은 ‘나는 나다’입니다. 이 이름의 첫번째 의미는 하느님은 ‘스스로 존재하신 분’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도 스스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부모로부터 존재하며, 주변의 다른 존재의 도움으로 존재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스스로 존재하시는 분입니다. 둘째로, 하느님은 그냥 그분일 뿐, 어떤 인간의 말과 생각도 그분을 규정하거나 설명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존재와 사유 너머에 계시는 분입니다. 하느님의 이름은 당신이 말하시는 그대로 그냥 “나”입니다. 이 말이 히브리말로 바로 “야훼”입니다. ‘야훼’라는 말뜻이 그냥 ‘나는 나다’라는 뜻입니다. 하느님이 당신 이름을, 하느님이 당신 자신이 ‘야훼’라고 밝혀 주신 부분이 구약성경에서 세 차례 등장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좀 더 묵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이름 “야훼”를 자신들에 입에 올리는 것은 불경스러운 일이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이 이름을 말해야 할 때, 야훼 대신에 히브리어 “아도나이”라고 불렀습니다. ‘아도나이’는 ‘나의 주님’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말 성경에서도 진한 고딕체 글짜로 ‘주님’이라고 쓰여진 부분이 바로 아도나이, 나의 주님이라는 뜻입니다. 이처럼 이스라엘 백성은 오로지 야훼 하느님께만 “주님”이라고 불렀습니다. 주님은 바로 야훼 하느님 한 분뿐이십니다.
그런데 신약성경을 보면, 제자들은 예수님에게도 “주님”이라고 부릅니다.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은 예수님을 보면서 바로 야훼 하느님을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깊게 체험하면, 예수님이 바로 하느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가장 강력한 체험 하나는 예수님이 어두운 밤에 풍랑이 이는 호수가를 걸어오신 사건입니다. 마태오 복음 14장을 보면, 제자들은 호수 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님을 보고서 겁에 질려 “유령이다”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마치도 모세 앞에서 당신을 드러내시듯이,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라고 말씀하십니다. “나다” 곧 “나는 곧 있는 나다”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제자들은 예수님을 향해 “주님, 저를 구해주십시오.”하고 외칩니다. 요한 복음을 보면, 못 자국을 보고 옆구리에 손을 넣어보지 않고서는 믿을 수 없다던 토마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이 나타나셨을 때, 토마스는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하고 말합니다. 이제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 역시 하느님과 같은 주님이라고 고백합니다.
오늘 모든 그리스도인은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주 하느님께 기도합니다. 예수님을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메시아, 즉 그리스도라고 고백하고, 동시에 예수님 역시 하느님과 같으신 주님이라고 고백하는 것이 우리의 믿음입니다. 오늘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삶을 보호해 주시고 지켜 주시기를 기도하며,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