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3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이리 가까이 오지 마라.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 하느님의 음성을 기다려왔던 모세에게 떨기나무에 불꽃과 같은 모습 속에서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신 하느님이 모세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 네가 가지고 있었던 모든 생각을, 네가 사물과 사람들을 보는 가치의 기준을, 자신만이 동족을 걱정하고 있는 듯이 스스로 신이라도 된 듯이 구세주처럼 활동하던 너의 모든 자만을, 아니, 바로 너 자신 과거의 모든 삶과 그 굴레를 다 벗어 버리고 이제 순수한, 태어날 때의 모습으로 오라는 하느님의 명령이었던 것입니다. 복음에서도 빌라도가 갈릴래아 사람들을 죽여 그들이 바치려던 제물을 피로 물들게 한 일을 예수님께 알렸을 때, 예수님께서는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 멸망할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사순 제3주일, 주님의 은총을 얻는 데 필요한 것은 바로 회개를 통해 자신의 오만에서 벗어나 순수한 마음으로 주님 앞에 꿇어앉는 자세인 것입니다.
캐나다 로키산에 무릎 꿇은 나무가 있습니다. 오랜 세월 폭풍우를 견뎌내며 자라온 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마치 무릎 꿇은 것처럼, 순종하는 자세로 서 있습니다. 그러나 이 나무가 명품 바이올린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시련을 이겨낸 나무로 만든 바이올린의 소리가 워낙 고와서 고가로 팔린답니다. 이것이 바로 로키산의 나무가 주는 교훈입니다.
사순시기는 바로 우리들의 발에서 신을 벗는 시기입니다. 우리를 감싸고 있는 모든 욕망에서 벗어나는 시기이며, 두껍게 우리 자신을 가리고 있는 어둠의 베일에서 벗어나는 시기입니다. 우리들이 이기적인 욕심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 우리들이 겪는 모든 시련과 아픔이 바로 우리를 주님께 인도하고 은총의 삶과 열매를 맺기 위한 밑거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함께, 우리가 겪는 시련과 아픔 속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는 눈을 뜰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합시다. 그리고 우리가 신고 있던 신발을 벗고, 이제는 주님과 함께 살아가며 부활의 은총을 받을 준비하는 한 주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