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2025.03.16 08:33

사순 제2주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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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2주일(다해, 2025년 3월 16일) 강론
 
우리 교회는 전례력으로 금년의 사순절 첫 주를 보내고 이제 둘째 주로 접어들었습니다. 우리 모든 인간은 성한 사람이든 장애가 있는 사람이든 부자이든 가난한 이든 자신이 가진 인간적 욕망 때문에 항상 죄의 유혹 속에 갇혀 살고 있으며, 세속화의 진행이 빨라지면서 너무도 쉽게 죄를 지을 수 있는 환경 속에 살아갑니다.
특히 죄에 대한 무감각으로 자신을 합리화하는 것이 현대인들에게 더욱더 문제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예수그리스도의 영광스런 부활을 앞두고 당신이 당하신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자선과 절제 그리고 열심한 기도 생활을 통해 경건한 삶을 살도록 사순시기를 제정해 두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사순시기는 바로 회개의 때라는 것입니다. 회개란 단어는 희랍어로 메타노이아(Metanoia)라고 하는데 이 말의 원래 의미는 “잘못된 길로 가던 자신의 생각이나 삶이 완전히 바뀌다.”라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성경에서는 ‘회개’란 단어가 단순히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삶을 ‘하느님께로 방향을 돌리는 것’을 강조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예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들을 데리고 타볼산에서 변모하시는 모습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 변모 이야기는 예수께서 당신의 권위와 기적을 제자들에게 보여서 제자들이 놀라게 하려는 뜻이 아닙니다. 대신 장차 다가올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 그리고 죽음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겪으며 제자들이 좌절과 실망에 빠지지 않도록, 예수 부활의 영광에 대한 보장과 기대를 미리 제시해 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주에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 우리도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안 언제나 시련과 유혹을 겪을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높은 산에서 거룩하게 변모하시는 예수님을 보며 일상 속에서 겪는 시련과 유혹이 우리 운명의 끝이 아니라 이를 극복할 때, 우리에게 더 큰 행복이 보장되어 있음을 또한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유혹과 영광이 주제가 된 두 복음 내용은 아주 다르거나 서로 무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서 겪는 삶의 현실이라 하겠습니다.
오늘 제2독서를 통해 사도 바오로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는 하늘의 시민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구세주로 오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고대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만물을 당신께 복종시킬 수도 있는 그 권능으로, 우리의 비천한 몸을 당신의 영광스러운 몸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라는 말씀을 통해 미래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근래에 와서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습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산을 오르는 것은 단지 육체의 건강만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높은 산에 오르면 현실에서 짜증 내며 겪던 번민과 갈등이 어느덧 사라지는 것을 우리는 체험하게 됩니다. 저잣거리에서의 온갖 잡념과 고민을 훌훌 털 수 있는 그곳에서는 누구를 만나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산을 오르면서 맑고 밝은 신심과 참인간 됨을 회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성경에서도 ‘산’은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높고 지고한 곳, 혹은 내면적인 높이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예수께서도 당신의 공생활 중에 중요한 과제를 수행하기 전이면 산을 찾으셨고 그곳에서 기도하셨습니다. 적막 한가운데서 들리는 원초적인 소리, 하느님의 음성을 듣는 그분의 마음과 영혼은 빛나곤 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타볼산의 변모 이야기도 예수께서 당신의 소명을 확실하게 다짐하고 앞길을 꿰뚫어 보셨으며, 예고된 수난의 길을 목숨을 내놓고서라도, 후회 없이 가리라는 비장한 모습을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역시 살아가면서 큰 결정을 앞에 두고 두려워하는 때가 있습니다. 그것도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결정이라면 더욱 망설이게 되고 자신의 한계를 느끼며 갈등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 하느님을 먼저 찾아야 합니다. ‘하느님은 삼등입니다’라는 글이 있습니다. “어려운 일이 생길 때 먼저 내 힘으로 한 번 해보고. 그래서 안 되면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하고, 그나마도 안 될 때 하느님을 부릅니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이 원하시는 뜻을 일등으로 두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뜻을 먼저 찾는 노력이 바로 기도가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베드로 사도는 빛나는 예수님의 얼굴과 옷을 보고 엉겁결에 초막 셋을 짓겠다는 제안도 결국 베드로 자신의 뜻을 먼저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침묵으로 일관하시고 대신 하늘에서 ‘예수님의 말을 먼저 들어라’는 울림을 듣게 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이제 우리의 생에서 가장 큰 행복과 고통은 언제 경험했는지를 떠올려 봅시다. 그 체험을 통해 우리는 어떠한 성숙을 이루었는지도 회상해 봅시다. 또 ‘참인간’을 느껴본 때는 언제이며 그때 하느님은 어떻게 나와 함께하셨는지 곰곰히 묵상해 봅시다. 
끝으로 우리는 누구와 같이 사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와 살 수 있는 내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참된 자아를 찾아, 내 마음에 예수께서 자리할 공간을 남겨두기 위해 온갖 걱정과 허드레 것들로 채워진 우리의 마음을 비우도록, 영혼의 봄맞이 대청소라도 해야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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