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2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지난주부터 우리는 사순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이 사순시기 동안 우리는 ‘금기(禁忌)’에 대하여 생각합니다. 잘못이 되거나 죄가 될 수 있는 것들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또는 편하고 즐거움을 주는 것들을 ‘절제(節制)’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사순’이란 말의 영어 단어인 ‘Lent’는 ‘길고 긴 따뜻한 봄날’이란 의미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봄날에는 새로운 것들이 다시 생명을 얻어가는 때입니다. 교회는 우리에게 복음을 통하여 주님의 거룩한 변모의 사건이 기도 중에 일어났다는 것을 들려주면서, 우리도 기도를 통해 이 사순시기를 변화의 시기가 되도록 해야 함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알렉산더 솔제니친’이 쓴 ‘이반 데비소니치의 하루’라는 소설을 보면, 주인공 이반이 교도소에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동안 그는 자주 벽에 기대서 기도하였는데, 하루는 옆에 있던 동료 죄수가 이반에게 비아냥거립니다. “이봐. 네가 여기서 기도한다고 해서 더 빨리 나갈 줄 알아?” 그때 이반이 자신을 조롱하는 동료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기도하는 이유는 여기서 빨리 나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이 교도소 안에서도 나와 함께 하셔서 이 모진 생활 속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힘을 달라고 기도하는 거야….”
산에 오르시어 기도하시는 중에 변화된 예수님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따라가야 할 모습인 것입니다. 신앙인인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해서 이미 그리스도를 옷 입듯이 입은 사람들이기에, 이 새하얀 옷은 바로 우리의 옷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세상을 살면서 허물과 후회 없이 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의 육과 영의 모든 더러움에서 우리 자신을 깨끗이 하여 하느님을 경외하며 온전히 거룩”(2코린7,1)하게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기도 중에 주님의 현존을 체험하며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길 때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이반과 같은 기도를 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도 밝고 희망이 가득한 미래를 볼 수 있으며, 참으로 부활의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께 기도하며 우리도 주님처럼 희망 속에서 밝은 미래를 내다보는 빛나는 아름답고 활기찬 한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