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사순 제2주간 훈화)
준주성범: 제1장 명상(2)
1. 어떤 사람이 네게 유익하고 사랑스러울지라도, 그도 역시 약하고 또한 죽을 인생이니, 지나치게 의지할 바가 못 되며, 혹시 그가 너를 거스르고 반대한다 할지라도 그것을 지나치게 걱정할 것도 없다. 오늘 너와 같이 있던 사람이 내일은 갈라설 수도 있고 그와 반대로도 될 수 있는데, 사람은 바람과 같이 잘 변하기 때문이다. 너는 하느님께만 온전히 의탁하라. 하느님께서는 네 두려움도 되시고 네 사랑도 되셔야 할 분이시다. 하느님께서 너를 대신해 대답할 것이며, 너에게 더 좋다고 생각하시는 것을 해 주실 것이다. ‘땅 위에는 우리를 위한 영원한 도성이 없다.’(히브 13,14 참조) 그리고 어느 곳에 있든지 너는 이방인이요, 나그네이다. 그리스도와 친밀히 결합하기 전에는 한순간도 안정을 얻지 못할 것이다.
2. 세상에서 이리저리 무엇을 찾는가? 이 세상은 네가 편안히 살 곳이 못된다. 네 처소는 하늘에 있음으로 세상의 모든 것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에 불과하다. 만물은 다 지나간다. 너 또한 그것과 더불어 지나간다. 그러니 너는 그 무엇에 집착하고 사로잡혀 망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네 생각은 지존하신 하느님께 두어야 할 것이다. 쉬지 않고 그리스도께 간구하는 말씀을 드려라. 고상한 문제와 천상의 것을 고찰할 수 없거든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며 그분의 오상에 즐겨 머물러라. 예수님의 상처에로 향하고 예수님의 보배로운 오상에 신심을 다하여 의지하면, 고통 중에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을 것이며, 설령 남들이 너를 하찮게 보더라도 스스로 이를 문제 삼지 않을 것이고, 비방하는 말을 들을지라도 잘 참게 될 것이다.
<묵상>
우리는 영원한 거처를 향하여 떠나는 순례자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불변하는 가치를 추구합니다. 그러나 세상과 인간은 항상 변하며 불완전합니다. 그래서 그것에 너무 과도하게 의미를 두거나 집착하게 되면 결국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차지하지 못하게 됩니다. 물론 세상과 인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상의 삶과 다양한 인간관계 안에서 우리는 하느님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모든 것을 다 채워주지는 않습니다. 피조 세계는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천상의 것을 추구하십시오. 그러면 이 세상에서 내가 절대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다 무상해질 것입니다. 다 지나갑니다. 지나가는 것들에 집착하면 지나가는 것들과 함께 나도 사라지고 맙니다. 초월하지 못하면 안주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느님을 향하여 끊임없이 버리고 떠나는 순례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