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사순 제1주간 훈화)
준주성범: 제2권 내적 생활로 인도하는 훈계 - 제1장 명상(1)
“하느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루카 17,21)라고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마음을 다하여 하느님께로 향하고 이 가련한 세상을 끊어라. 그러면 네 영혼이 고요할 것이다. 바깥 사물을 가벼이 보고 내면의 일에 주의를 기울여 공부를 하라. 그러면 하느님의 나라가 네 안에 이르는 것을 보리라. 하느님의 나라는 “성령 안에서 누리는 의로움과 평화와 기쁨”(로마 14,17)이니, 이는 악한 자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네 안에 마땅한 자리를 준비해 놓으면 그리스도께서 너를 위로해 주시면서 네게 오시리라. 그 모든 영광과 모든 아름다움은 안으로부터 오는 것이고 또 그분 자신이 그 안에 있는 것을 즐거워하신다. 그분은 내적 생활을 하는 사람을 자주 찾으시며, 그와 더불어 기쁘게 이야기하시고, 기쁜 위로를 주시며, 평화를 가득히 내려 주시고, 놀라운 우정을 보여 주신다.
그러니 충실한 영혼아, 그리운 정배(淨配) 예수님을 위하여 네 마음을 꾸며라. 그분이 네게 와서 네 안에 거처하시도록 하라. 그분은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요한 14,23)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니 오로지 그리스도께만 너의 마음에 자리를 내어 드리고, 다른 모든 것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라. 네 안에 그리스도께서 계시면 그것으로 풍요롭고 만족할 것이다. 그분은 너를 돌보아 주실 것이요, 모든 일에 성실히 관여하시어, 사람의 도움을 바랄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고 빨리 힘을 잃지만, 그리스도께서는 변함없이 영원히 그대로 계시고, 끝까지 우리 옆에 굳게 서 계실 것이다.
<묵상>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께서 다스리시는 모든 공간과 시간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볼 때 하느님 나라는 현세와 내세에 모두 존재하는 것이며, 내 영혼의 안과 밖에 공히 존재하는 것입니다. 내 영혼 안에 존재한다는 것은 내면과 마음속에 하느님께서 상주하신다는 것이고, 내 영혼 밖에도 존재한다는 것은 하느님 뜻을 추구하는 형제들과 공동체 구성원들의 관계 안에 하느님께서 현존하신다는 것입니다. 또한 하느님 나라는 미사 전례에서 결정적으로 드러나지만, 우리의 일상 가운데 발견되는 영적 체험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준주성범에서는 특히 그리스도를 만나는 내적 생활을 강조하는데, 기도 안에서 그분과 대화하고 우정을 나눌 수 있도록 그분의 성심 안에 머무는 연습을 자주하라고 가르칩니다. 사순시기 동안 모든 평일미사에 성시간을 합니다. 성체조배를 통해서 그분 안에 머무는 습관을 키워나가도록 합시다. 명상 속에서 우리는 그리스도를 뜨겁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