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2025.03.09 09:42

사순 제1주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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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1주일(다해, 2025년 3월 9일) 강론
 
저는 사순절하면 떠오르는 몇 개의 단어들이 있습니다. 유혹, 절제, 극기, 회개 같은 단어들입니다. 오늘의 루카 복음 말씀에서도 예수께서는 광야로 나가셔서 40일간 유혹을 받으셨다고 전해 주고 있습니다. 예수의 공생활이 시작되기 전 먼저 광야에서 외치는 세례자 요한의 설교와 예수께서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시는 사건이 있고 나서 세 번째로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시는 사건이 나오고 있습니다.
 
악마가 행한 이 유혹의 구체적인 내용은 첫 번째가 “돌더러 빵이 되게 해 보라”는 유혹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예수께서는 배고픔의 해결만을 생각하는 인간의 논리를 넘어서 “사람이 빵만으로는 살지 못한다.”라는 하느님의 논리로 이 유혹을 일축시킵니다.
두 번째는 이 세상의 모든 권세와 영광을 보여주면서 사탄에게 엎드려 절하면 그 모든 것을 주겠다는 유혹이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세상의 권세와 영광은 상대적 가치만을 지닐 뿐 하느님만이 유일한 절대적 기준임을 명백하게 하시면서 “너의 하느님이신 주님께 엎드려 절하고 그분만을 섬겨라”고 말씀하십니다.
따라서 악마와 타협하지 않고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는 참된 신앙인은 부귀와 영화를 얻기 위해 아무에게나 엎드리지 않습니다. 항상 하느님이 자기 삶의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유혹은 예수님더러 성전에서 뛰어내려 보라는 것이었는데 이 유혹은 당신의 능력을 시험하는 것으로 사실 십자가상의 수난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예수님을 따라다닌 유혹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너의 하느님이신 주님을 떠보지 말라”는 신명기의 말씀을 인용하여 일축하고 계십니다.
 
 이렇게 볼 때 빈들, 즉 광야는 하느님을 만나는 곳, 하느님과 신뢰 관계를 이루는 일종의 수련장이 될 수 있습니다. 
물질과 명예에 대한 집착 그리고 탁월한 능력과 같은 이러한 유혹들은 사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언제나 따라다니는 것들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탄의 세력과 쉽게 결탁하고, 세상의 영화와 권세가 화려한 꿈처럼 눈 앞에 펼쳐지면서 끊임없이 우리의 선택을 요구하는 곳입니다. 매일같이 신문과 TV뉴스에 보도되는 나쁜 사건들은 그들이 이러한 유혹에 대해 자신을 합리화시키면서 피하려 하거나 당당하게 대처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이 또한 우리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유혹에 이끌리어 죄에 빠졌다 하더라도 좌절할 것이 아니라 이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의연한 용기를 지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서적 의미에서 회개라는 말마디는 희랍어의 메타노이아란 단어로서 잘못된 길이나 생각으로부터 돌아서서 올바른 길과 생각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자신이 행하고 있는 올바르지 못한 삶에서 다시 돌아서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순시기에 우리가 정말로 하느님과 가까워지려면 우리에게 달콤하게 속삭이고 있는 악마의 유혹을 극복할 수 있는 영성이 필요합니다. 이유 없이 화가 나고, 짜증내고, 우울하고, 분노하는 우리들의 모습 속에는 악한 영이 위세를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서 그들에게 조종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 쉽게 간과하고 있는 것입니다. 유혹이 달콤한 것은 어쩌면 인간이기에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유혹에 늘 넘어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러시아 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자신의 저술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큰아들 드미트리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의 마음이란 선과 악이 투쟁하는 싸움터’라고요. 그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예수께서 겪으신 광야를 늘 마음에 담고 사는 셈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그 유혹의 광야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우리의 신앙은 시험받습니다. 
먹고살기도 힘든데 쉽게 대충 살아라, 이런 일쯤은 하느님도 봐주실 것이다, 고달플 게 뻔한 하느님의 길을 포기하라는 유혹은 우리의 양심을 무디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러한 유혹 앞에 예수님처럼 “사탄아, 물러가라”고 당당히 외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유혹을 받은 곳이 낙원으로 바뀌어, 악마는 떠나가고 천사들이 다가와 우리의 시중을 들 것입니다. 그래서 사순절은 더 큰 은총의 시기가 될 수 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사순 제1주일을 지내면서 신앙인으로서 일상을 통해 늘 하느님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살아갈 때, 또 매사에 그분의 도우심과 사랑을 느끼고 살려고 노력한다면, 비록 우리가 악마와 죄의 유혹에 빠진다 할지라도 좌절과 체념의 삶이 아니라 다시 딛고 일어서는 회개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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