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말, 하느님의 말씀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좋은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지 않는다”고 말씀하십니다. 좋은 열매는 좋은 뿌리에서 나오는 것임을 가르쳐 주십니다. 마찬가지로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말은 단지 말한 것을 너머서서 그 마음을 전해주며, 그 말의 뿌리를 드러내 준다는 뜻입니다. 제1독서 역시 “사람의 말은 마음 속 생각을 드러낸다”고 전해주며, 말의 의미에 대해서 우리가 묵상하도록 이끌어 주고 있습니다.
실상 사람의 말은 입에서 발설되는 그것 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말은 어떤 사실을 전달하거나 서로의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넘어섭니다. 그러기에 아픈 이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은 그 사람에게 용기를 불러 일으킵니다. 넘어진 이에게 건네는 격려의 말은 그를 일으켜 세웁니다. 진정한 용서와 사과의 말은 화해의 현실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냅니다. 마음에서부터 나오는 사람의 말은 사람을 바꾸고,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냅니다. 말은 힘이 셉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말씀은 세상을 창조하시고, 예수님의 말씀은 사람을 구원합니다. 예수님께서 “열려라”하시니 앞을 보지 못하는 이의 눈이 열리고 듣지 못하는 이의 귀가 열렸습니다. “일어서라”하시니 일어서지 못하는 사람이 일어섰습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자 마라”하신 주님의 말씀에 간음한 여인이 용서와 치유를 받습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말씀은 사람을 변하게 하고, 사람들의 관계를 바꾸어 내며, 사람들의 현실을 새롭게 만들어줍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사람을 구원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으로 악령을 쫓아내고 아픈 이들을 치유했습니다. 사도행전을 보면, 베드로는 예루살렘 성전 문 곁에서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일어나 걸으시오”하고 말하며 일어서지 못하는 이를 일으켜 세웁니다. 사도행전은 베드로 사도만이 아니라 다른 사도들 역시 예수님이 하신 말씀으로 병자들을 치유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사도들의 전통을 받아서 오늘 교회 역시 예수님의 말씀으로 하느님 백성에게 용서와 치유, 생명과 평화를 건네줍니다. 교회는 미사 안에서 사제의 입으로 발설되는 예수님의 말씀으로 빵과 포도주를 당신의 몸과 피로 변화시키시고, 당신 몸의 생명을 나누어 줍니다. 교회는 일곱 성사 안에서 사제를 통해 전해지는 예수님의 말씀으로 당신 백성에게 하느님의 생명과 은총을 전달합니다. “나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당신의 죄를 용서합니다.” 이 말 안에서 하느님의 용서가 현실이 되고, 우리는 하느님과 화해하게 됩니다.
바오로 사도는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첫번째 편지에서, 하느님의 “말씀이 신자 여러분 안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하고 말씀하십니다. 교회 안에서 일곱 성사를 통해서, 사제의 입을 통해서 발설되는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서, 신자 각자의 기도와 말을 통해서 하느님의 말씀이 새롭게 발설되고, 그 말씀은 신자 안에서 활동하고 효력을 발생시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를 치유하고 용서하며, 우리를 거룩하게 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를 구원하고, 예수님이 내뱉으신 그 말씀이 교회와 우리 자신의 입을 통해 다시 우리를 구원하게 됩니다. 이제 사람의 말은 그 사람의 마음 속 생각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서서, 하느님이 우리 가운데 현존케 하십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하는 말의 신비이자 성사의 신비입니다.
오늘 우리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에게 힘이 되고 우리를 변화시키기를 청하며,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