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8일 토요일 성모신심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믿음은 우리들에게 구원을 가져다 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처럼, 믿음은 땀 흘리시며 일하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그런데, 도대체 믿음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 무조건 믿고, 아무것이나 믿고, 아무렇게나 믿는 것은 그리스도교의 믿음이 아니다. 하느님을 감동시키는 믿음, 그리스도교의 믿음은 하느님께서 진정으로 바라시는 것을 실천하는 것, 경천애인의 삶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에게 가장 좋은 것을 해주고 싶어한다. 내가 맛본 음식들 중에 가장 맛있었던 음식을 먹이고 싶어하고, 내가 본 책들 중에 가장 감명받은 책들을 소개해줘서 그 책을 읽히게 싶어하고, 내가 경험한 것들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것들을 그 사람도 경험하게 하고 싶어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사랑의 황금률이라는 «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는 말씀을 들을 때, 그 말씀이 뜻하는 바를 어렵지 않게 머리 속에서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는 이 말씀을 « 네가 원하는 것을 네가 사랑하고자 하는 이에게 그대로 해주라 »는 말씀으로 이해를 하면, 내가 원하는 것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같을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내가 원하는 것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다를 경우에는 문제가 생긴다. 상대방은 원하지도 않는 것을 내가 원한다고 무작정 해준다면, 그것은 자기만족이지 사랑이 아니다. 때로는 불편함을 일으키게 할 수도 있고, 때로는 그것이 폭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내가 하느님을 믿는다,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 때문에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을 사랑하려는 것일까? 오늘 복음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하늘에 계신 당신의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당신의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라는 말씀을 하신다. 하지만, 이 말씀을 예수의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 곧 예수의 가족 혹은 친인척이 되어 어떤 특권을 누리기 위해서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실행해야 한다는 말씀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다 보면, 자연스레 하느님은 그를 예수의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가 되게끔 해주신다는 말씀으로 이해해야 한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2월 성모신심미사에서 우리가 들은 복음은 믿음의 이유가 바로 하느님 때문임을 알려 준다. 하느님께서 우리들에게 당신을 믿고, 당신이 바라시는 올바른 믿음의 삶을 살기를 원하시기 때문에 우리가 그러한 삶을 살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이 당신을 닮아 분노를 영원히 품지 않기를, 용서와 자애를 기꺼이 베풀기를, 당신의 뜻을 실행하기를 바라신다. 그러한 삶을 살아보려고 마음을 먹고, 그러한 길을 걸어가보려고 한 발짝 발걸음을 떼는 순간부터 이미 하느님은 우리들을 당신의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로 받아들이신다. 하느님의 형제, 하느님의 누이, 하느님의 아버지, 하느님의 어머니로 우리들을 들어 높여주신다.
이것을 믿고 산다는 것, 그 삶은 참으로 영광스러운 삶이고, 참으로 복된 삶이며, 하느님과 함께 사는 삶, 바로 구원받은 사람의 삶이다. 이 구원의 ‘삶’에로 사람이 되신 하느님께서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우리들을 초대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