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6일 목요일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미사 강론

by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posted Feb 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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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6일 목요일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예수께서는 당신의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 전교 행동 강령 »으로 지팡이만 달랑 들고 가라고 하신다.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지니지 말고, 자루도, 속옷 두벌도, 여분의 신발도 지니지 말라고 하신다. 예수님의 명령이 마치 세상이 어떻게 돌아 가는지 도대체 알지도 못하는 철부지 어린 아이같아 보인다. 수많은 종교들이 앞다투면서 수많은 돈과 자원들을 숫제 바가지로 퍼붓다시피 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종교를 알리는 전교활동에 전념하는데, 주님의 ‘행동 강령’에 따라 했다가는 아무도 성당에 나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얼핏 든다.

      
전교를 하다 보면, 벼라별 일이 다 생길 텐데, 적어도 비상금이라든지, 그것도 안되면, 비상식량이라도 챙겨야 되는데, 한마디로 몸만 가라고, 맨땅에 헤딩하라고 말씀하신다. 그래도 맨몸으로 가지 말고, 지팡이 하나만큼은 꼭 들고 가라고 하신다. 무엇 때문에 지팡이 하나만큼은 꼭 가지고 가라는 것일까 ? 예수님 시대 당시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지팡이는 필수 품목이었다. 광야나 들길을 걷다 보면 뱀이라든지 전갈이라든지, 들짐승을 만나곤 했는데 비상시 호신용으로 다들 지팡이 하나씩을 들고 다녔다. 당장 죽음과 직결되는 것만 들고 가라는 말씀이다. 

     
그런데 정작 곰곰이 생각해보면, 오늘날 극단적인 천박한 자본주의, 물질 만능주의가 만연한 현실 앞에서 예수님의 말씀이 백 번 천 번 지당하다고 승복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몸에 지닌 것이 많을수록, 통장에 잔고가 많을수록 거기에 신경 쓰이기 마련이고, 재물이 가 있는 곳에 마음도 가 있는 법이다. 내가 가진 것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게 되고, 그로 인해 분노하고 실망하게 되면, 점점 더 본질적인 것보다는 비본질적인 것들에 마음이 쏠리고, 정작 가장 중요한 것들은 놓치고 살아가게 된다. 

     
이 한 세상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 물질이, 돈이, 명예가, 건강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보다 훨씬 더 가치 있고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 대조할 수 없는 하느님이 계신다. 우리를 생명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성경이 있다. 세상의 가치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진리의 길이 있다. 형제들 사이에 오고 가는 끈끈한 우정이 있다.

      
우리 손에 잔뜩 들려있는 비본질적이고 부차적인 것들을 내려놓지 않는 이상 우리 눈은 흐려져 있는 상태를 계속 유지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식별할 수가 없게 된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선교운동에 있어서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 우리가 선교할 때 갖고 갈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1950년대처럼 구호물품을 한아름 안고 가야 할까우리 성당 문구가 찍힌 휴지나 물티슈라도 들고 가야 할까예수께서는 전대도 갖고 가지 말고식량자루나 여벌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도 가지고 가지 말라고 단호하게 명령하셨다그러면 무얼 갖고 가야 하나? 그것은 바로 하느님께로부터 받는 정의로운 삶, 은총의 삶, 평화의 삶이다. 그리고 그 정의, 그 은총, 그 평화를 주시는 하느님, 임마누엘 하느님이다. 

      
신앙 생활에 있어서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 금은보석으로 치장된 성물일까 ? 몇 천만원, 몇 억을 호가하는 어마어마한 성상들일까 ? 수십억이 넘는 아름답고 화려한 성전일까 ? 보통 사람들이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엄청나게 어렵디 어려운 신학서적들을 좔좔 읽어 내리는 똑똑한 머리일까 ? 아니다. 신앙생활에 있어서 정작 중요한 것은 하느님이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하느님은 어떤 분이신가를 곰곰이 묻게 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