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러분에게 전한 이 복음 말씀

오늘 두번째 독서인 바오로 사도의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번째 편지>를 보면, 여러 차례 “복음”이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이 복음을 전해 받았고, 또한 자신이 다른 이들에게 그 복음을 전해주었다고 말합니다. 과연 바오로 사도가 전해받았고 또 전해준 복음은 무엇인지, 그리고 복음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묵상하면 좋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복음이란 그저 기쁜 소식”,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어로 말하자면 good news입니다. 그런데 이 좋은 소식이 그리스도의 구원의 기쁜 소식이 된 것은 예수님이 이 ‘복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셨기 때문입니다.

마르코 복음을 보면, 예수님은 당신의 공적 활동의 시작 때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하고 선포하십니다. 여기서 복음이란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다”는 사실입니다. 하느님이 멀리 계신 분이 아니라, 그분의 은총과 구원이 우리 앞에 다가왔다는 것이 복음입니다. 마귀를 쫓아내고 아픈 이들을 치유하신 것은 하느님의 구원과 은총이 우리 앞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고 악령을 쫓아내며 아픈 이들을 치유하도록 하십니다. 그런데 하느님 나라는 예수님과 더불어 시작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과 더불어 하느님의 구원과 은총이 우리에게 오는 것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있을 때, 우리는 하느님 나라 안에 있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하느님 나라의 도래가 복음이지만, 예수님 역시 우리에게 복된 소식, 복음이기도 합니다. 예수님 그 자체가 복음입니다.

그런데 오늘 독서를 보면,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의 용법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복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십니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이 복음을 전해 받았고, 그 복음을 코린토 신자들에게 전해주었다고 말합니다. 그 복음의 내용은, “그리스도께서 성경 말씀대로 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성경 말씀대로 사흗날에 되살아나시어, 케파에게, 또 이어서 열두 사도에게 나타나셨다”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에게 있어서 복음이란 다름아닌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입니다. 예수님이 선포하신 복음과 연결해서 말하자면, 하느님 나라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온전히 우리 자신들에게 실현된다는 말입니다. 주님의 죽음과 부활은 믿는 것이 바로 하느님 나라가 우리 가운데 있음을 믿는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 자신이 바로 복음의 핵심이고,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 것이 바로 복음을 믿는 것이 됩니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마르코 복음사가의 마르코 복음의 제일 첫 구절에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고 적어놓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고 그리스도라는 것이 바로 복음이라는 뜻입니다.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고 고백하는 것이 바로 구원의 기쁜 소식, 복음이라는 뜻입니다. 예수님을 믿을 때, 우리는 하느님 나라 안에 사는 것이 됩니다. 예수님을 믿고 고백할 때,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과 구원이 우리의 삶을 감싸고 있음을 믿는 것이 됩니다.

오늘 우리가 예수님이야말로 우리를 구원하실 그리스도임을 믿고 고백하여 복음의 기쁨 속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하며,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 오늘의 강론 대림 제2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12.07 34
29 오늘의 강론 대림 제3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12.14 27
28 오늘의 강론 대림 제4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12.21 22
27 오늘의 강론 주님 성탄 대축일 밤미사 당감주임 2024.12.25 40
26 오늘의 강론 주님 성탄 대축일 낮미사 당감주임 2024.12.25 36
25 오늘의 강론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강론 당감주임 2024.12.28 36
24 오늘의 강론 송년감사 및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 강론 당감주임 2024.12.31 20
23 오늘의 강론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강론 당감주임 2025.01.01 15
22 오늘의 강론 주님 세례 축일 강론 당감주임 2025.01.11 43
21 오늘의 강론 연중 제2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5.01.18 21
20 오늘의 강론 연중 제3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5.01.25 17
19 오늘의 강론 주님 봉헌 축일 강론 당감주임 2025.02.01 19
» 오늘의 강론 연중 제5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5.02.08 26
17 오늘의 강론 연중 제6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5.02.15 28
16 오늘의 강론 연중 제7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5.02.22 24
15 오늘의 강론 연중 제8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5.03.01 24
14 오늘의 강론 사순 제1주일 당감주임 2025.03.08 25
13 오늘의 강론 사순 제2주일 당감주임 2025.03.17 17
12 오늘의 강론 사순 제3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5.03.22 13
11 오늘의 강론 사순 제4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5.03.30 1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