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연중 제5주간 훈화)
준주성범: 제23장 죽음에 대한 성찰(2)
1. 네가 죽은 다음에 누가 너를 기억하며, 누가 너를 위해 기도해 주겠는가? 사랑하는 이여, 무엇이든지 할만한 것이 있으면 지금 하라. 네가 언제 죽을지 모르고, 또한 죽은 후 사정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시간이 있을 때 너 자신을 위하여 불멸하는 재물을 쌓아 놓아라. 네 영혼을 구하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지 마라. 하느님의 일만 신경 써라. 너 자신을 위하여 하느님의 성인들을 공경하고 그들의 행위를 본받음으로써 그들을 벗 삼아라. 이 세상을 하직하는 날에 ‘너는 그들의 영접을 받으며 영원한 집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루카 16,9 참조)
2. 너는 스스로를 이 세상을 지나는 순례자와 나그네로 여겨 세상의 모든 일에 상관치 마라. 네 마음을 아무 거리낌 없이 자유로이 보존하여 하느님께 두어라. ‘이 땅 위에는 우리를 위할 영원한 도성이 없기’(히브 13,14 참조) 때문이다. 매일 그분만을 바라보고 기도하고 탄식하고 슬퍼하며, 사후에 네 영혼이 행복하게 주님의 품으로 갈 수 있게 하라. 아멘.
<묵상>
죽음 앞에서 인간은 허무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리고 죽고 나면 하고 싶은 게 있어도 할 수가 없습니다. 연옥에 가더라도 자신의 공로로 그곳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죽은 나를 위해 기도해 줄 사람이 있으면 좋으련만 가족이 신자가 아니거나 냉담자면 연도와 연미사도 드려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조금이라도 의식이 있고 힘이 있을 때 하늘나라에 보화를 쌓는 일을 하십시오. 우리에게는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혹자는 죽으면 맛있는 것을 먹지 못하고, 놀고 싶은 것도 놀지 못하니 살아 있을 때 마음껏 먹고 싶은 것을 다 먹고, 놀고 싶은 것을 다 놀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승의 삶만 생각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의 말입니다. 감각이 주는 기쁨은 죽음과 함께 영원히 사라집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주시는 복락은 죽어서도 영원합니다. 모든 신앙인들은 천국 본향으로 향하는 순례자이자 나그네입니다. 그 말은 현세의 삶이란 잠시 머물러 있다가 떠나야 한다는 것을 전제한다는 것이지요. ‘버리고 떠나있음’ 그것이 구원의 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