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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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봉헌축일 주일 미사(다해, 2025년 2월 2일) 강론

 
결혼을 할 때 배우자를 나의 종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평생 부려 먹기 위해서 배우자를 선택했고 결혼했다고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까? 저는 이제까지 혼인하는 사람들 중, 단 한 명도 이런 목적으로 결혼하겠다고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보다는 사랑하는 배우자를 위해 살겠다는 마음으로 결혼을 선택했으며,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닌 일생 신의를 지키며 사랑하고 존경하는 삶을 살겠다고 약속합니다. 즉, 상대방을 위한 자신의 헌신적인 봉헌을 다짐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봉헌의 마음이 계속되지는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할 것이다.’라는 명언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 
 
부부간의 봉헌도 이렇게 힘들지만, 교회의 봉헌 생활자와 사목자는 점점 세속화되어 가는 세상 속에 살면서 더 큰 유혹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주님께 대한 봉헌이 참 어려운 과제로 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이 점을 걱정하시면서 ‘현대 세계의 복음 선포에 관한 교황 권고’인 ‘복음의 기쁨’ 78항에서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오늘날 우리는 봉헌 생활자들을 포함하여 수많은 사목 일꾼이 개인의 자유와 휴식에 지나친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개인적 활동을 자신의 정체성과 무관하다는 듯이 여기며 이를 단순히 삶의 부속물로 간주합니다. 동시에 영성생활도 일부 신심 행사와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위안을 줄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 안에 투신하며 복음화를 위하여 열정을 쏟도록 북돋워 주지 못합니다....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정체성의 위기를 겪으며 열의가 식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교황님의 지적대로 성직자 수도자들이 자기 자신만을 먼저 생각하는 개인주의 그리고 자신이 가졌던 첫 마음을 잃어버리는 정체성의 위기를 겪기 때문에 봉헌 생활이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처음 가졌던 모든 열의가 식게 되는 것이지요.
저 자신도 사실 오늘이 제가 사제서품을 받은 날로써 벌써 34년이 되었습니다만 오늘 아침에 깨어 성무일도를 바치면서 서품식 때 다짐했던 첫 마음들이 너무도 무뎌져 있음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지 40일째 되는 날로서, 아기 예수님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하느님께 봉헌되신 것을 기념하는 주님 봉헌 축일입니다. 특히 오늘은 모든 성직자 수도자들이 주님께 자신의 삶을 봉헌한 것에 감사하면서 그 의미를 되새기는 ‘축성 생활의 날’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교회는 주님께 봉헌된 삶을 선택한 이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하느님의 놀라우신 기적으로 이스라엘이 홍해 바다를 무사히 통과하여 이집트를 탈출하기 직전에, 이집트에 큰 재앙들을 내리셨는데, 그중 열 번째 재앙이 이집트의 맏배를 치시는 재앙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이후부터 이스라엘에서 태를 열고 나오는 모든 첫아들은 당신께 봉헌해야 한다고 명하셨습니다. 이들은 모두 하느님의 몫이기 때문입니다(탈출 13장 참조).
이 계명에 따라 아기 예수님도 성전에서 봉헌되십니다. 우리가 세례 때에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세례 축성’, 곧 세례성사를 통하여 이렇게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 신앙인들은 자신의 거룩한 삶을 봉헌함으로써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되어야 합니다. 예수께서는 마태복음 5장 16절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
 
그리고 교회의 오랜 관례에 따라, 오늘은 앞으로 일 년 동안 사용할 초를 축복하여 성당과 각 가정에 비치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당 전례 때나, 가정에서 함께 기도할 때 즐겨 촛불을 밝힙니다. 우리가 세례를 통해 봉헌되었다는 사실은 예수께서 마태복음 5장 14절을 통해 “여러분은 세상에 빛입니다.”라고 강조하신 말씀처럼 하나의 빛으로 세상을 살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한 촛불이 뜻하는 의미는 스스로를 태워 이웃을 위해 빛을 밝혀, 베풀고 사랑함으로써 하느님의 빛으로 이 세상을 살아내야 함을 뜻합니다. 즉, 우리의 삶을 통해 하느님의 향기가 피어오르게 살라는 말씀입니다. “저 사람은 힘든 가운데서도 왜 저렇게 밝게 살려고 할까?, 그리 부자도 아닌 사람이 틈만 나면 가난한 이웃을 찾아가 도우려 할까? 왜 저 사람 옆에만 가면 마음이 편안해질까?”라는 의문에 ‘아 천주교 신자이구나’라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 또한 최고의 선교가 될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을 통해 우리의 삶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매 순간 내게 다가오시는 하느님의 뜻을 발견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기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하느님의 뜻에서 최고의 가치를 찾았던 시메온이나 한나 예언자처럼 살아갈 수 있는 이 시대의 참된 신앙인이 되시길 바래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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