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도 설 위령미사 강론

 

오늘 우리는 설 명절 위령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미사는 유교식의 제사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유교식 제사를 천주교 미사로 대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조상을 추모하고 그 은덕에 감사하는 지향은 같지만, 미사는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이기 때문에 단순히 추모제하고 격이 다릅니다. 또 천주교는 성인들의 통공 교리를 믿습니다. 그래서 미사 중에 우리는 돌아가신 조상들과 부모, 그리고 친지들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그들이 천상 교회에 하루빨리 들어가라고 연옥 영혼들을 위해서 기도를 드리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기도가 연옥과 천상 교회에 계신 영혼들에게 닿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또 설입니다. 가장 많이 쓰는 명절 인사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입니다. ! 본당 신부에게 5가지 복이 있다고 합니다. 보좌 복, 수녀 복, 회장 복, 사무장 복, 식간 복! 저는 보좌 신부는 없지만 나머지 복을 다 누리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성경에서 말하는 복과 동양사상에서 말하는 복의 의미는 좀 다릅니다.

구분

성경의 복

동양의 복

기원

하느님

세상

원천

믿음

운세

표현

축복

기복

영어식 표현

blessing

happy

이 둘을 극명하게 비교 설명하는 성경 이야기가 있습니다. 성조 요셉의 이야기와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입니다. 불행 중에 하느님의 축복이 있을 수 있고, 행복 중에 하느님의 저주가 있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께 믿음을 두었느냐 물질에 욕심을 두었느냐 그 차이입니다.

 

오늘 제 1독서 민수기에서는 하느님의 축복이 주님의 이름을 부를 때 주어진다고 말합니다. 복은 주님의 이름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님의 이름을 부를 때 주님께서는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평화를 베푸신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주님의 평화는 고요하고 편안한 곳에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평화는 모진 풍파와 혹독한 시련 속에서도 흔들리는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 참 평화입니다. 마치 비바람이 몰아쳐도 둥지에서 어미 품에 안겨 편안히 잠을 청하는 아기새처럼 말입니다.

 

한편 복음에서는 주인이 와서 볼 때 깨어 있는 종들이 행복하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주인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 우리는 깨어 있고, 언제 주님의 얼굴은 봅니까? 하느님의 섭리를 깨닫게 되면 우리는 깨어 있게 되는 것이고, 우리의 모든 만남 안에서 하느님의 얼굴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는 창세기의 야곱과 에사오 형제 이야기를 잘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형을 속이고 배신한 야곱은 우여곡절 끝에 형의 추격을 받고 어렵사리 야뽁강을 건넙니다. 그리고 주님의 천사와 밤새 씨름을 하며 하느님의 얼굴을 봅니다. 그리고 그곳의 이름을 프니엘(=하느님의 얼굴)이라고 명합니다. 이후 야곱은 극적으로 형 에사오와 화해합니다. 그리고 다시 하느님의 얼굴을 보게 됩니다. 형제지간에 용서하고 화해했을 때 그 형제의 얼굴에서 하느님의 얼굴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명절 때 형제지간에 싸우지 마십시오. 오히려 화해하고 그 안에서 주님의 얼굴을 발견하십시오.

 

끝으로 우리보다 먼저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는 오늘,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제2독서 야고보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이 연기일 따름입니다.”(야고 4, 14) 죽음은 누구에게나 가까이 있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임종 전까지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 죽음이기도 합니다. 많은 이들이 죽음을 인생의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 종교는 죽음을 인생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라고 믿습니다. 그렇게 보면 죽음조차도 복이지요. 영복으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니까요. 그 과정은 고통스럽고 두렵지만 영원한 생명으로 들어가는 것이니 복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주님과 함께 있으면 살아도 복이고, 죽어도 복입니다. 신앙인들에게는 인생의 모든 순간이 다 복입니다. 십자가도 복이고, 부활도 복입니다. 오늘 설 명절에 우리 모두 서로에게 주님의 참된 복을 빌어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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