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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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미사(다해, 2025년 1월 28일)강론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오늘 제1독서의 이 말씀은 우리의 가족과 다른 사람들에게 축복을 기원할 수 있는 기도입니다. 음력 새해 첫날인 설 명절에 이러한 축복을 서로 나누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설날에 우리는 ‘낯섦’을 경험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올 한 해의 운세는 어떻게 전개될까?” 하고 호기심과 불안감을 지닌 채 묻게 됩니다. 또한 우리 신앙인들은 음력으로 새해 새날이 시작되는 날에 조용히 자신을 삼가며 하느님의 섭리와 말씀을 바라보게 됩니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우리가 오늘 가슴에 새길 말씀입니다. 항상 깨어 준비하는 삶이 행복한 삶이란 것입니다.
 
이점과 관련되어 ‘견우와 직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소를 돌보던 목동, 견우와 하늘에서 베를 짜던 옥황상제의 딸 직녀는 서로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사랑에만 빠져서 견우는 동물들을 돌보지 않아 점점 동물들이 말라갔고, 직녀는 옷감을 짜지 않아서 하늘나라에 옷이 부족해진 것입니다.
이 사실에 화가 난 옥황상제는 이 둘을 갈라놓고 일 년에 딱 한 번, 칠월 칠석에만 만나게 했습니다. 마침내 칠월 칠석이 왔는데 글쎄 은하수 때문에 서로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이 사정을 딱하게 여긴 까마귀와 까치들이 몸을 이어 오작교를 만들어 주었고, 오작교에서 만난 이 연인들이 흘린 감격의 눈물이 바로 칠월 칠석에 내리는 비라는 전설입니다.
 
이 전설이 오늘 설날에 문득 생각나는 이유는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먼저 이 견우와 직녀를 연결해 준 오작교. 이 오작교가 바로 예수님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죄로 물들어 있는 인간이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당신 십자가를 통해 오작교가 되어주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먼저 사랑하는 이를 만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 칠월 칠석이 되었는데 그날을 잊어버리고 그 자리에 나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오작교는 쓸데없이 만들어진 것이고, 두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을 때, 주님께서 만들어주신 십자가를 통해 하느님과 기쁨의 만남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만날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생각으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는다면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큰 후회를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새해 첫날,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라는 주님의 말씀을 다시금 가슴 깊이 새겨야 하겠습니다. 아일랜드의 유명한 극작가였던 조지 버나드 쇼는 그의 묘비에 이런 말을 남겼지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보통 사람과 달리 많은 업적을 남긴 버나드 쇼도 이처럼 후회가 가득 담긴 말을 남겼습니다. 물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란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많은 후회 중에서 딱 하나만이라도 줄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간다면 어떨까요? 그 마음이 바로 하느님을 만나는 준비를 하며 사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 설 명절에 교우 여러분께서 하느님의 복을 풍성히 받으시길 바라며, 특히 3가지 ‘통’을 통해 복을 받으시길 기원해봅니다. 1.의사소통, 2.운수대통, 3.만사형통이 그것입니다. 먼저 서로의 의사소통을 잘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마음과 마음이 통해야 합니다. 가족은 물론 이웃과도 통해야 합니다. 잘 통하면 아프지 않습니다. 그러나 통하지 않으면 아픕니다. 무엇보다 하느님과의 소통을 잘하시길 빕니다. 하느님과 잘 통하면 모든 것이 잘 풀립니다.
다음 운수대통은 하느님께서 우리 한 사람 한사람에게 열어주신 길에 장애가 없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만사형통은 하느님께서 열어주신 길을 가는데 있어서 하는 일 마다 잘 되기를 희망합니다. 여기다가 ‘전화 한 통’을 덧붙입니다. 자주 인사하고 먼저 안부 전하는 ‘전화 한 통’입니다. 
 
어릴 때는 세뱃돈과 설빔을 받는 기쁨이 있었으며, 타지에 살고있는 사람들은 서로의 만남에 의미를 두고 고향을 찾게 됩니다. 또한 ‘명절 증후군’이라는 병이 생기기도 했지만, 고유명절은 그래도 가족의 유대관계를 확인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조카들이나 손자들이 많으면 세뱃돈에 대한 부담도 생깁니다. 요즈음은 초등학생만 되어도 파란 배춧잎을 주면 노란색으로 안 준다고 실망하는 눈치입니다. 감사할 줄 모르고 받기만 하는 데 익숙되어 있는 모습이지요.
하느님께서 주시는 축복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은총을 언제든지 공짜로 주십니다. 그리고 우리 각자에게 알맞게 주십니다. 그러나 내 기준으로 예단하고는 받았네, 못 받았네 하면서 투덜대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설날을 맞이하여 금년에는 100달러 지폐에 새겨진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의 교훈을 새기면서 오늘 강론을 마칠까 합니다.
“손해 본 일은 모래 위에 새기고, 은혜 입은 일은 대리석 위에 새겨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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