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주간 훈화)
준주성범: 제22장 인간의 불행에 대한 성찰
1. 네가 하느님께로 향하지 않으면, 네가 어디에 있든지 어디로 가든지 불행할 뿐이다. 그러니 네가 원하고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실망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나도 그렇지 못하고 너도 그렇지 못하며 살아 있는 사람으로서 그러한 이는 하나도 없다. 세상에 있는 사람이라면 임금이나 교황일지라도 걱정이나 괴로움이 없을 수 없다. 그러면 남보다 좀 낫게 지낸다는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하느님을 위하여 고통을 참을 줄 아는 사람이다.
2. 인간의 본성은 어찌 그리 연약하여 악습으로 끝없이 기울어지는지! 너는 오늘 네 죄를 고하고, 내일 또다시 그 죄를 범한다. 지금은 주의하겠다고 결심하나, 한 시간 후에는 아무 결심도 하지 않은 듯이 행동한다. 이와 같이 연약하고 항구치 못한 우리는 스스로를 대단하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가 하느님의 은총을 통해 오랫동안 많은 수고를 다하여 얻은 것도 이를 소홀히 하여 순식간에 잃어버릴 수 있다. 그렇게 빨리 열의가 없어진다면 결국 우리는 무엇이 되겠는가?
3. 참다운 거룩함이 없는 생활을 하면서 평화와 안위 속에서 휴식을 찾으려 한다면 그런 우리에게 화가 있으리라! 그러므로 훌륭한 수련자들의 경우처럼, 바른 생활 규칙과 관련하여 다시 한 번 가르침을 받는 것과, 앞으로 개선하고 영적으로 성장할 희망이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묵상>
불가(佛家)에서는 고통의 원인을 집착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준주성범에서는 불행의 원인을 하느님께 향하여 있지 않는 자아에게서 찾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고통과 불행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고집멸도(苦集滅道)의 가르침대로 집착을 버리면 되고, 준주성범의 가르침대로 하느님을 향하여 있으면 됩니다. 어쩌면 하느님을 향하여 있으면 자연스럽게 집착도 버리게 되겠지요. 하느님 한 분으로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위해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아들이고 인내할 때 우리는 더 영적으로 단단해집니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근본적인 길은 고통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준주성범은 인간의 본성을 본디 약하고 항구치 못하므로 자신을 과신하지 말고 항상 안락함을 경계할 것을 권고합니다. 하느님의 은총 없이는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은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단히 수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