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2025.01.19 09:23

연중 제2주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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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주일(다해, 2025년 1월 19일)강론
 
오늘 강론을 시작하면서 이 한 세상 살아가는 동안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봅니다. 돈이라는 것, 정말 중요한 것 같지만 마치도 손으로 움켜쥔 물과도 같습니다. 재물이라는 것 영원히 내 것이라고 여기지만 막상 없어질 때는 순식간에 사라져갑니다. 누구나 추구하는 높은 자리나 직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차지했다 생각했는데, 어느새 세월이 흐르고 자리에서 내려와야 합니다. 그렇게 영원할 것 같던 젊음도 지나갑니다. 금강석 같던 사랑도 지나갑니다.
결국 남는 것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특히 어떤 상황에서든 끝까지 내편이 되어주는 사람, 다른 모든 사람들이 다 떠나가도 끝까지 나를 떠나지 않고 꼼꼼히 챙겨주는 사람, 다들 나를 손가락질해도 마지막 순간까지 내 배에서 내리지 않고 나를 두둔하고 변호해주는 사람...이런 절친이 단 한 명이라도 있는 사람이야말로 성공한 인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 신자가 됨을 통해 나를 당신 눈동자처럼 소중히 여기는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실게 될 뿐 아니라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도와주고 챙기는 성모님을 어머니로 모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은 카나에서의 예수께서 행하신 첫 번째 기적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 기적 사건을 통해 우리 모든 그리스도 신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시는 분이 성모님이라는 사실을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은 예수님께서 행하신 수많은 기적 가운데서 공관 복음에서는 나오지 않는 일곱 가지 기적을 ‘표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전하는데,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신 기적이 첫 번째 표징입니다.
구약에서 호세아와 예레미야 예언자 시대를 거치면서, 이스라엘은 하느님을 ‘남편’으로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예언자들은, 이스라엘이 남편이신 하느님께 충실치 않았고 그래서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버리셨다고 선언하지만, 끝없이 이스라엘을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 언젠가 다시 사랑을 베풀어 주시리라고 약속합니다. 오늘 제1 독서 내용인 이사야서 62장에서도 이러한 맥락에서, ‘소박맞은 여인, 버림받은 여인’이 되었던 예루살렘이 다시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여인, 혼인한 여인’이 되리라고 선포합니다.
 
이처럼 혼인 잔치는 하느님께서 다시 이스라엘을 아껴 주시는 구원의 때를 암시합니다. 그래서 마태오 복음서도 예수님을 밤중에 신부를 찾아오시는 신랑으로(마태 25,1-13 참조), 하느님 나라를 혼인 잔치로 비유합니다(마태 22,1-14 참조).
카나의 혼인 잔치를 통해 예수님께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셨다는 것은, 이제 바야흐로 구원의 때가 다가왔음을 뜻하는데, 성모님의 요구에 예수께서는 아직 당신의 때가 오지 않았다고 말씀하십니다(요한 2,4).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실 때가 바로 ‘그때’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카나의 혼인 잔치의 기적은 이 기다림을 완성하실 분이 이미 와 계심을 보여주는 ‘표징’입니다. 머지않아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심으로써 이제는 포도주가 아닌 당신의 살과 피를 우리에게 주실 때, 이 표징이 뜻하는 바가 성취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봉헌하는 이 미사도, 당신의 살과 피인 성체 성혈을 모심으로써 혼인 잔치의 표징이 이미 완성되었음을 기념하는 거룩한 잔치가 되는 것입니다. 또한 그분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로 맹물같이 보잘것없는 우리 인생이, 포도주 같이 값진 인생으로 변모되었습니다.
 
오늘 카나에서 혼인잔치의 기적과 관련된 한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언젠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종교학 과목 시험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가 나왔다고 합니다.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꾼 예수 그리스도의 기적이 내포하는 영적 의미를 서술하라”라는 시험문제였습니다. 당시 한 학생은 이렇게 답을 합니다. “물이 주인을 만나자 얼굴이 붉어졌다.”라는 한 문장을 적었고 최고학점을 받았다고 합니다. 답을 쓴 이 학생은 영국 최고의 낭만파 시인이 된 바이런입니다. 당시 문제에 대한 답으로 “예수님의 신적 능력을 보여준 첫 사례”라든지 “인간을 위한 성모님의 협력을 볼 수 있는 모습” 혹은 “하느님 나라의 풍요로움을 보여주는 상징” 등의 답을 기대했으나 “물이 주인을 만나자 얼굴이 붉어졌다.”라는 기발한 답을 내었던 것이죠.
순교자들의 후손들인 우리 한국의 평신도 여러분들도 천주교 신자로서 자부심과 정체성을 살려 물이 붉은 포도주로 변해가는 평신도 사도직과 사명을 수행해갔으면 좋겠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모두 예수님께 대한 확고한 믿음을 지니고, 개인과 사회 그리고 가정이라는 물독에 사랑과 관심의 물, 정의와 평화의 물, 공감과 용서의 물을 가득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채운 물이 포도주로 변하여 모든 인간관계가 정화되고 좋아지며, 기쁨과 생명이 넘쳐나는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 노력하는 신앙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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