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주일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을 시켜 물독에 물을 채우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채워진 물이 포도주로 변하였습니다. 이는 죄가 사랑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합니다. 미움이 용서로, 부족함이 온전함으로, 이기심이 희생으로, 상처가 치유와 화해로, 저주와 분노가 찬미와 감사로 바뀌었음을 뜻합니다.
한 아버지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아들과 함께 주일 미사에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신부님 강론이 어른인 아버지가 듣기에도 어려웠습니다. 아버지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옆에 앉아있던 아들을 돌아보니 아들은 열심히 강론을 듣고 있었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가 물었습니다. “오늘 신부님이 무슨 말씀하셨는지 알아들었니.” 그러자 아들이 대답했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어요.” 아버지는 놀라 아들에게 되물었습니다.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고. 미사 때 신부님 말씀을 열심히 듣고 신부님만 쳐다보던데.” 그러자 아들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신부님 뒤에 십자가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신부님 뒤의 십자가가 더하기 표시더라고요. 그 더하기 표시를 보고 ‘예수님 믿으면 플러스가 되지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에 신부님 뒤에 있는 십자가를 바라보고 있었던 거예요.” 아들의 말을 들은 아버지는 감탄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부님 강론 말씀보다 네 말에 더 은혜를 받았다. 예수님을 믿는 삶은 플러스가 되는 삶이지 마이너스가 되는 삶이 아니구나. 아들아 고맙다.”
우리의 인생이 맹물처럼 지루하고 따분합니까? 우리의 삶을 좀 더 긍정적이고 활달한 삶으로 바꾸기를 원하십니까? 그러하다면 주님을 바라보십시오. 그분은 우리의 삶을 아름답고 흥겹게 바꾸어 주시는 분이십니다. 우리의 인생이 맹물에서 향기를 머금은 진한 술로 바꾸어 주십니다. 우리가 물독에 물을 채워 넣듯이, 그분의 성심에 우리의 죄를, 우리의 미움을, 우리의 부족함을, 우리의 이기심을, 우리의 상처와 저주와 분노를 바치기만 한다면, 그분은 우리의 모든 상처를 치유해 주시고 우리의 삶을 기쁨이 넘치는 잔치로 만들어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