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주님 세례 축일 강론)

 

주님 세례는 나의 세례

 

주님 세례는 공생활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다. 그래서 전례력으로 오늘부터 연중시기에 들어간다. 무죄하신 분이 굳이 세례를 받지 않으셔도 되지만 세례를 받으신 것은 죄인들의 삶에 뛰어들겠다는 일종의 출사표이다.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은 이를 두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온 인류의 죄를 당신의 두 어깨에 짊어지고 그 짐을 날라 요르단 강 속으로 가라앉히셨다. 그분의 첫 공생활은 바로 죄인들과 자리를 함께하시는 일로 시작되었다. 그것은 십자가를 미리 짊어지는 일이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세례를 통하여 하느님의 외아들이심을 선포하셨다. 세례는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표징이다. 그 중심에 예수님께서 계신다. 이 또한 하나의 공현이다. 세례를 통하여 나자렛 예수님은 하느님의 외아드님, 즉 온 누리의 참된 임금으로 등극하신다.

 

이제 예수님께서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셨으니, 그 강물은 놀랍게 세례수가 되고, 세례를 받는 모든 사람은 그로 말미암아 정화된다. 그분이 세례를 받지 않으셨다면 우리가 받는 세례 또한 불완전한 것이 되고 만다. 비록 우리는 죄인이지만 그분의 세례를 통하여 우리는 성령 안에서 빛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따라서 주님의 세례는 지금 내가 받는 세례의 기원이자 원형이다.

 

따라서 우리가 세례를 받는 순간 하늘에서 오늘 복음에서와 같이 똑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비록 우리가 죄인이지만 세례를 통하여 얼마나 고귀한 존재가 되었는가? 그리고 세례 후에도 여전히 죄를 짓고 불완전한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하느님께서 이 죄인을 사랑하시고 마음에 들어 하신다니 이 얼마나 기뻐하고 감사해야 할 일인가? , 전제해야 할 것은 회개이다. 죄인들의 회개를 바라시는 하느님께서는 예수님를 통하여 우리가 좌절하지 말고 다시 빛으로 나아가길 바라신다.

 

<호인수 신부님의 유아세례를 주며>

 

나의 이 때 묻은 두 손으로

하얀 네 이마에 물을 붓는다.

너를 품에 안은

너의 젊은 부모와 세례를 주고 있는 나는

이미 거짓과 탐욕과 미움으로 오염된 몸

영원히 꽃이기를 바라는

바람마저 부끄러워라.

 

아무것도 모르는 채 잠든 아가야

눈을 뜨고 우리를 보아라

아직도 우리들은

너에게 줄 평화의 땅 마련하지 못했으니

너의 맑은 눈동자 똑바로 바라볼 낯이 없구나

 

훗날 네가 부모 되어

너의 아기 품에 안고 오늘처럼 내게 올 때

그 때에도 우리들은

아기 앞에서 이렇게 부끄러우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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