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연중 제1주간 훈화)
준주성범: 제20장 고요함과 침묵을 사랑함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적당한 때를 찾아라. 그리고 자주 하느님의 은혜를 묵상하라. 호기심거리는 무엇이든 버려라. 취미거리보다는 마음을 감동하게 할 만한 것들을 읽어라. 무익한 담화를 하지 말고 필요 없는 왕래를 끊고 헛된 소문과 쓸데없는 말을 듣지 않게 되면 묵상하기에 적절하고 충분한 시간이 있을 것이다. 수많은 위대한 성인들은 사람들과의 교제를 될 수 있는 대로 피하고, 피정을 하면서 하느님을 섬기는 일을 택했다.
누구든지 끊임없이 통회하지 않으면 천상으로부터 오는 위로를 받기에 합당치 않다. 네가 진심으로 통회하기를 원하거든 “잠자리에서도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잠잠하여라.”(시편 4,5) 하신 말씀같이, 네 방에 들어가 세상의 모든 번잡함을 피하라. 네가 밖에서 자주 잃어버린 것을 그 안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방에 항상 머물면 방에 머물기가 좋아지고, 방에 머물러 있지 않으면 방에 머물기에 염증이 난다.
침묵과 고요함 가운데서 신심 있는 영혼은 발전하고 성경의 심오한 진리들을 배운다. 침묵과 고요 가운데 슬픔과 통곡의 눈물로 밤마다 자기를 씻고 정화한다. 세상의 모든 번잡함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그만큼 더욱 조물주와 가까워진다. 그러니 하느님과 하느님의 거룩한 천사들은 아는 이들과 친구를 떠나는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갈 것이다. 자신의 구원을 소홀히 하며 기적을 행하는 것보다는 숨어 살며 자기 구원에 참여하는 것이 낫다. 수도자가 좀처럼 밖에 나가지 않고, 남의 눈에 보이기를 피하고, 사람들을 볼 뜻을 갖지 않는 것은 칭송할 만하다.
<묵상>
준주성범은 평신도들에게 수도자처럼 살기를 권합니다. 본래 수도자는 수도원에서 평생을 지내며 기도하고 노동하는 사람들입니다. 요즘이야 수도자들이 본당과 복지 시설 등으로 파견되지만 중세에는 수도원을 벗어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세상 안에서 활동을 하든 세상과 격리된 곳에서 관상을 하든 수도자들은 하나의 영성을 추구합니다. 그것은 바로 침묵 가운데 하느님을 만나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 영성은 수도자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평신도들에게 더 요구됩니다. 이미 평신도들은 세속의 번잡함과 빈번한 만남, 그리고 과도한 소비 속에서 하느님을 만날 시간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준주성범은 세속을 떠나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가지길 권합니다. 그 시간은 침묵 속에 계시는 하느님을 발견하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