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2025.01.12 08:32

주님 세례축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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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세례축일(다해, 2025년 1월 12일 월)강론
 
오늘은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요르단강에서 세례받으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또한 교회 전례력으로 성탄시기가 끝나고 내일부터 연중시기가 시작됩니다. ‘주님 세례 축일’을 맞아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심으로써 우리에게 건네시는 말씀의 의미를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먼저 저는 ‘세례’란 단어를 생각하면 기억나는 한 자매님이 있습니다. 34년 전 제가 갓 사제서품을 받고 부산 만덕성당에서 첫 사목을 할 때 그 자매님은 몸이 불편한 아버지가 세례를 받을 수 있도록 매주 교리와 미사 시간에 아버지를 모시고 다녔습니다. 아버지를 옆에서 부축하며 성당을 오고가는 자매님의 모습을 볼 때면 이런 생각이 들곤 하였습니다. ‘얼마나 아버지 마음에 드는 딸일까!!’하는 기억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사실 이러한 모습은 작년 우리 토현성당에서도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자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사실 예수님의 삶은 늘 아버지의 마음에 드는 삶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세례를 받으시고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부터 십자가 위에서 마지막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늘 아버지의 뜻에 따르는 삶을 사셨습니다. 그렇다고 아버지의 뜻을 따르기 위해 당신 자신의 뜻을 꺾으신 것이 아닙니다.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것이 바로 예수님의 진정한 뜻이었습니다. 이렇게 예수께서는 항상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 안에 일치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도 하느님과 일치함으로써 주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주님 마음에 드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세례가 주는 첫 번째 의미는 하느님의 뜻과 일치하여 아버지의 마음에 들고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는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예수님 세례가 주는 두 번째 의미는 자신을 낮추는 자세입니다.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지하묘지에 있는 한 영국 성공회 주교의 무덤 앞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있습니다.
“내가 젊고 자유로워서 상상력의 한계에 끝이 없을 때 나는 세상을 변화시켜야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좀 더 나이가 들고 지혜를 얻었을 때, 나는 세상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내 시야를 좀 좁혀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 황혼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마지막 시도로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자리에 누운 나는 문득 깨닫는다. 만일 내가 내 자신을 변화시켰더라면! 그것을 보고 내 가족이 변화되었을 것을, 또한 그것에 용기를 얻어 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었을 것을, 그리고 누가 아는가, 세상까지도 변화되었을지?”라는 글입니다.
 
우리는 보통 다른 사람이 먼저 변화되기를 기다립니다. 상대방이 변할 때 가족이 평안해지고,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며, 세상이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변해야 할 사람은 다른 그 누구도 아니고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낮춘다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세례를 받으십니다. 죄의 용서가 전혀 필요 없는 하느님의 아들이신데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왜 굳이 요르단강까지 찾아가서 세례를 받으셨을까요? 그것은 당신의 모범을 통해 우리가 변화되어서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그분의 마음에 드는 자녀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들의 눈을 가리고 마음을 무겁게 만들며 행동을 자유롭지 못하게 만드는 죄의 사슬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하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예수님께서는 죄 많은 인간과 똑같아지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낮춰 인간 앞에 머리를 숙이고 무릎을 꿇어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희생과 사랑으로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우리가 받은 세례의 의미를 얼마나 살리고 있습니까? 예수께서 우리의 변화를 위해 먼저 자기 자신을 낮추셨는데 우리는 얼마나 하느님과 이웃들을 위하여 자기 자신을 낮추고 살아가려 합니까?
 
세례는 그리스도 신앙으로 입문하는 입문성사입니다. 우리의 삶을 바꾸어 하느님의 일을 실천함으로써 더 큰 자유를 누리겠다고 약속하는 성사입니다. 우리 자신을 위한 허례허식(虛禮虛飾)을 끊어버리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살겠다는 약속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는 이 세상의 물질과 부귀영화를 자기 삶의 유일한 보람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사랑을 실천하고 자비롭게 베푸시는 하느님의 뜻과 은혜로우심에 맞갖은 삶을 살아갑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비록 새해도 2주가 지났지만, 금년은 상대방이 먼저 변화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내가 변화되어 주님의 더 크신 은총 속에서 자유와 기쁨을 동반하는 신앙생활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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