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주님 세례 축일과 함께 다시 연중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희년을 맞이한 올해는 희망의 순례자인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누구이며 또 어떻게 이 순례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 묵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연중시기를 시작하며 지낸 주님 세례 축일은 우리의 세례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표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세례는 무엇보다도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죽음과 새 삶을 우리에게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세례 때에 그리스도와 함께 묻혔고…,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과 함께 되살아났습니다.”(콜로 2,12)
뉴질랜드 가까이에 솔로몬 군도(群島)가 있습니다. 여기 사는 원주민 피지 족속에게 선교했던 선교사가 쓴 책에 의하면, 그들이 원주민들에게 세례를 줄 때에는 ‘킬링 스톤’이라고 하는 바위 옆에서 베풀었다고 합니다. 킬링 스톤이란 사람을 처형하는 바위를 말합니다. 세상에는 죽을죄를 지은 죄인을 처형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목을 쳐 죽이는 방법도 있고, 교수하는 방법도 있고, 불태워 죽이는 일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아주 특별한 방법이 행해졌습니다. 동네 한가운데에 큰 바위가 있는데 사람이 못된 죄를 짓게 되면 사형에 처하게 되고, 처형을 할 때에는 사람을 꽁꽁 묶어서 붙들고 머리를 그 바위에 짓이겨서 죽였습니다. 그래서 피가 그 바위에 흐릅니다. 그리고 그 피를 절대로 닦지 못하게 합니다. 그대로 피가 벌겋게 흐르면 사람들이 ‘아! 죄지으면 저렇게 된다’하고 일벌백계의 무서움을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선교사들은 세례자를 늘 붉은 피가 묻어 있는 그 바위에 데려가서 세례를 주었다고 합니다. ‘당신은 지금 죽는 거요. 옛사람이 완전히 죽는 시간입니다.’라고 하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주님 안에서 새롭게 태어난 우리는 새로운 사람으로 주님의 빛을 따라 걸어가는 사람들입니다. 주님의 세례에서 보여준 대로, 우리는 성령을 받은 사람들이며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자녀들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자녀답게 긍지를 지니고 힘차게 주님을 바라보며 순례의 발길을 내닫는 아름다운 연중시기가 되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