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155호 2012.04.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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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경완 신부 |
사회가 물질적 풍요에 취하면서 종교는 점점 더 세력을 상실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얼핏 보기엔 물질적 풍요와 종교가 서로 반비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실일까요?
홍경완 메데리코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mederico@cup.ac.kr)
오늘의 서구 유럽 사회를 보면 신앙과 물질적 풍요는 서로 반비례의 관계에 있다는 말이 진실처럼 보입니다. 한 때 융성했던 유럽의 종교가 복지 사회에 접어들고 난 후 쇠퇴한 사실이 이를 잘 증명하는 것도 같습니다. 혹자는 오늘의 시대를 ‘결핍이 결핍된 시대’로 정의합니다. 부족한 것, 모자란 것이 모자라서 오히려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회적 진단입니다. 인간은 그 본성상 결핍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물질적 결핍이 사라지면, 또 다른 결핍은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마련입니다. 풍요가 넘쳐날수록 커지는 상대적 박탈감이나 정신적이고 영적인 공허함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질적 풍요와 하느님께 대한 신앙이 반비례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영적이고 정신적인 결핍을 물질적 풍요로 채울 수 있다고 믿는 어리석음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런 결핍은 세상 안의 그 어떤 것으로도 메울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모자라고 부족하고 불완전한 결핍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종교는 이 결핍을 채워주고자 합니다. 인간 존재 자체에서 생겨나는 결핍은 인간 자체의 힘으로는 결코 채워질 수 없다는 오래된 진리를 다시 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