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도 세례를 받으시고
오늘은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실 때, 성령이 내려오시고 하느님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세례를 통해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로 선언되고 표명됩니다. 예수님의 세례로 이제 우리가 세례를 받을 때에도 우리 위에 성령께서 내려오시고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원래 세례는 유다교의 정결례 예식 중의 하나입니다. 세례라는 말은 ‘물에 잠기다’ 또는 ‘물로 씻다’는 뜻으로써 몸과 마음의 정화를 상징합니다. 복음서에서 바리사이들이 예수님의 제자들이 식사 전에 손 씻는 예식을 하지 않았다고 시비를 거는 장면이 있는데, 이 손씻는 예식 역시 정결례 예식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례는 유다인 가운데 큰 죄를 지은 사람이 자신의 죄를 벗기 위해서 또는 유다인이 아닌 사람이 유다교로 개종할 때 거행하는 예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세례를 그리스도와 관련하여 거행한 사람은 세례자 요한이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주님의 날이 가까워졌음을 직감하고 회개의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메시아의 오심을 회개하며 준비하라는 뜻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례를 통해 모든 죄를 씻고 새로운 메시아의 백성이 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면서 세례의 의미는 새로워집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세례 때에 예수님 위에 비둘기 모양으로 성령께서 내려오십니다. 이를 통해서 예수님께서 구약의 예언에 따라 메시아의 사명을 부여받았음이 드러납니다.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에 들어오는 모든 이가 성령을 받는 성령 강림이 예고됩니다. 또한 예수님을 두고 하느님께서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하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으로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심이 선언되고 표명됩니다. 동시에 이 말씀으로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세례를 받음으로써 하느님의 자녀가 될 것이라고 알려주십니다. 이제 모든 그리스도인은 세례를 받음으로써 죄의 사슬을 끊고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고, 성령의 은총을 받으며, 하느님의 자녀가 됩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1 코린 10,1-2)는 그리스도인의 세례를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홍해 바다의 세례를 거쳐 새로운 하느님 백성으로 태어나는 것으로 비유했습니다. 세례성사는 우리 각자 개인에게 일어나는 출애굽 사건이고, 죄와 죽음을 건너가는 파스카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세례를 통해 우리를 힘들게 하고 우리를 괴롭히는 죄와 죽음에서 해방되고 자유롭게 되는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새로 시작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가 생길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세례성사로 우리가 새롭게 태어났으며, 하느님의 자녀로 우리 삶을 새로 시작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물론 우리의 삶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더럽혀 지고, 세상 안에서 새로움이 무디어져 가기도 합니다. 세례성사의 은총을 매일 체험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고해성사와 견진성사가 있습니다. 고해성사는 우리를 세례성사의 은총으로 회복시킵니다. 부족함과 욕심으로 일그러진 우리 자신의 모습을 세례성사 때의 모습으로 회복켜주는 것이 바로 세례성사입니다. 견진성사를 통해서 우리는 성령을 받습니다. 세례 때 우리에게 내려오신 성령께서 다시 우리 안에서 활동하시도록 우리를 열어놓습니다. 성령의 은사가 다시 우리를 감싸고 우리의 삶을 지탱하게 하는 것이 바로 견진성사입니다.
오늘 주님의 세례 축일에 우리 자신이 세례 때 받은 하느님의 은총을 묵상하고 감사드리며,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