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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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공현 대축일(다해, 2024년 1월 5일)강론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예수께서 당신 자신을 세상 사람들에게 공적으로 드러내셨음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동방에 있던 세 명의 박사가 구세주의 탄생을 알리는 별을 보았고, 예물을 준비해서 먼 길을 떠나와 예수님께 경배를 올렸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드님을 이방인에게까지 계시하심으로써 그분이 이스라엘만의 구세주가 아니라 모든 인류의 보편적 구세주이심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러기에 구약성경, 즉 율법과 예언에 대해 알 수 없었던 동방의 세 박사가 어떤 유다인들보다도 먼저 경배드리고 황금, 유향, 몰약을 선물로 드릴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황금은 고귀하고 변치 않는 신념을, 유향은 피어오르는 거룩한 삶을, 몰약은 죽음 앞에서도 당당하게 진리를 증언하는 사랑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동방의 세 박사는 어떻게 예수님을 찾아올 수 있었을까요? 동방박사들은 하늘에서 빛나던 “별을 보고”(마태2,2) 찾아왔습니다. 별은 밤하늘을 비추며 세상 사람들에게 구원의 시작을 알린 표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권력, 물욕, 이기심 등으로 눈이 먼 사람들은 그 별을 볼 수 없었습니다. 만일 동방박사들이 세상의 것들에만 신경을 쓰며 살았다면, 그들도 예수님의 탄생을 알려주는 별을 알아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들은 땅이 아닌 하늘을 보았기에 그분의 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역시 예수님을 발견하기 위해서라면, 현세의 것에만 너무 집착하고 마음을 쓸 것이 아니라 하늘을 향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동방에서 온 박사들은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요한 1,14) 예수 그리스도를 찾아 나선 구도자요 순례자의 전형입니다.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 2,2). 그런데 왜 선택된 백성이라 자처했던 유대인의 지도자들과 예루살렘 시민들은 메시아가 태어난 것을 알고서도 경배하지 않은 걸까요? 알아보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은 현세적인 메시아를 원했습니다. 즉, 자기 나라와 백성을 주변의 강대국들로부터 보호해 줄 힘 있는 군주를 더 바랐던 것입니다. 그래서 베들레헴처럼 작은 고을에서 태어날 어린 왕자, 힘없는 사람들을 섬기러 이 땅에 태어나신 ‘연약해 보이는 하느님’은 거부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유대인들의 이런 모습은 우리에게서도 드러납니다. 아무리 예수님과 가까이에 있어도 우리의 관심이 다른 곳에 있다면 알아볼 수도, 만날 수도 없고 예물을 드릴 수도 없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면 아무리 먼 곳에 있어도 주님을 만날 수 있고 찬미와 감사의 예물을 드릴 수 있습니다.
 
한때 인간 배아복제와 치료용 줄기세포의 축출과 배양에 성공했다고 온 나라 아니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황우석 교수의 연구 논문 사건에서 사람들이 보인 자세가 그렇습니다. 과학자의 연구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고 객관적이고 검증된 연구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당시 언론과 사회지도자들은 국익에 도움이 되고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이유로 그 진위를 살펴볼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에게 돌팔매질을 했습니다. 이처럼 돈만 된다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인간의 생명과 자연환경을 마음대로 파괴하는 일은 우리의 후세들을 위해서라도 막아야 할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엄연한 진실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대신, 각자 편협한 가치관을 진리의 척도로 삼아 고수하려는 우리들의 모습에서 오늘 복음에 나오는 유대인들의 비극을 봅니다. 사회가 혼란할 때일수록 우리 신앙인들은 얼마나 복음의 정신과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서 혼란한 현상을 바라보고 행동하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도 낙담하지 않고 이 사회의 앞날에 희망을 품는 것은 그 일방적이고 왜곡된 언론의 보도나 여론의 위력에도 굴하지 않고 진실을 규명하려고 애쓴 소수의 깨어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이런 창조적인 소수에게서 동방박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처럼 저 구름 너머에 푸른 하늘이 있음을 알듯이 오늘의 고통이 아무리 클지라도, 이 고통 너머에 주님의 축복이 있음을 믿고 살아가는 신앙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수천 년을 기다려온 끝에 완성된 인간과 하느님의 역사적인 만남은 오늘날 우리 신앙인들에게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만남을 우리와 함께하기 위해 끊임없이 당신의 표징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혹시 우리가 하느님의 것이 아닌 다른 것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한 하느님을 뜻을 찾다가도 중간에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이 미사를 통해 생각해봅시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동방박사들이 예수님을 발견하고 느꼈을 기쁨과 깊은 감동의 은총을 청해봅니다. 오늘 주님 공현 대축일의 은총이 신자 여러분 마음 안에 자리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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