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후 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이사 60,1)라는 말씀에 따라 동방의 박사들은 하늘의 별을 보고 주님을 찾아 멀고 먼 길을 순례하여 주님께 왔습니다. ‘희망의 순례자’란 주제와 함께 시작된 올해 희년에는 우리도 별을 따라 주님을 찾는 순례의 길에 오름으로 주님의 무한한 자비의 은총을 체험해야 할 것입니다. 러시아 민담 중 하나인 『넷째 왕의 전설』은 이 희년에 우리가 주님의 자비를 얻을 수 있는 두 가지의 길을 잘 묘사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가지고 직접 아기 예수님을 찾아온 동방의 세 박사, 카스팔, 멜키엘, 발타실처럼 희년 기간 성지와 대성당을 직접 순례하면서 하느님 자비의 은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왕에게 드릴 ‘청옥, 진주, 루비’를 들고 떠난 ‘넷째 왕’ 알타반처럼, 순례 중에 만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저함 없이 보물을 나누어 주고, 남을 대신해 갖은 고초를 겪으며 30년이 지난 다음에야 십자가에서 돌아가시는 주님을 빈손으로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숨을 거두시는 예수님을 눈물 흘리며 바라보고 있던 그에게 예수님은 ‘네가 지금까지 한 일은 바로 나를 위한 것이다.’라고 하시며 당신 자비의 은총을 내려주십니다.
하느님 자비의 은총이 내리는 이 희년 동안, 희망의 빛인 주님의 별을 보고 순례의 길을 가고 있는 우리에게 주님 자비를 얻을 수 있는 길은 이처럼 직접 순례의 길을 걸어가며 주님을 만날 수도 있지만, 넷째 왕처럼 우리의 이웃들에게 사랑을 베풀며 그들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 주님을 만나는 방법도 있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넷째 왕처럼 숱한 세월 세상의 모진 풍파를 겪어내면서도 희망의 별을 마음에 담고, 결코 잊을 수 없는 분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짙어지는 삶이라야 하는 것입니다. 이때만이 우리는 우리 주위에서 빛나고 있는 주님의 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며, 우리 일상의 삶이 바로 주님의 자비를 만나는 귀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마음에 떠오른 별을 잊어버리지 말고 그 별빛을 따라 희망의 순례를 시작하는 아름다운 희년의 시작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