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천주의 모친 성모 마리아 대축일 강론)

 

전포 공동체에게 바라는 3가지

 

새해 첫날을 우리는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로 지내고 있습니다. 성모님은 신앙인들의 모범이십니다. 그래서 새해 첫날 우리들의 모범이신 성모님의 믿음과 순명을 따르기 위해서 마리아 대축일로 지내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많은 사람들이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서 산과 바다로 떠났을 것입니다. 그리고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새해 소망을 빌었겠지요. 그러나 우리 신앙인들은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태양이 떠오르게 하시는 하느님을 창조주로 고백하며 그분께 흠숭지례를 드립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이 멈추지 않고 날마다 일출과 일몰을 보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인간은 1365일 쉬지 않고 매일 노동할 수가 없습니다. 휴식하지 않으면 과로사합니다. 그러나 창조주 하느님은 매일 노동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하루라도 쉬면 우주 질서가 엉망진창이 되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은총이고 감사해야 할 일이지요. 그래서 오늘 이 미사를 통해서 새해를 허락하신 주님께 우리 자신을 봉헌하며 모든 일상이 은총이고 감사해야 할 일임을 고백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가 되면 작심삼일로 끝날 것을 알면서도 새롭게 다짐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누구는 금주와 금연, 누구는 다이어트와 운동, 누구는 취업과 결혼, 저마다 더 건강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목표를 설정합니다. 그런데 신앙인 여러분들은 영성적으로 어떠한 목표를 세우고 실천을 다짐합니까? 본당 신부인 저는 2025년을 영성의 해로 사목 지침을 정했습니다. 구체적인 실천 사항들은 119일 평협 총회에서 선포하겠지만, 새해에는 우리 공동체가 외적인 성장과 더불어 내적인 쇄신이 함께 이루어지기를 기원해 봅니다.

 

첫째, 기도하는 공동체를 건설할 것입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인간적인 생각과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합니다. 그래서 자주 오해하고, 갈등하며, 충돌합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인성이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성숙한 말과 행동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또한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매일 미사와 묵주기도, 성경 읽기와 묵상도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기도의 본질인 하느님 안에 머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공동체 운영도 성령의 이끄심이 아니라 인간적이고 세속적인 방식으로 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마리아는 기도의 전형을 보여주십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 판단하고 행동하기 전에 우리는 침묵 속에서 묵상해야 합니다.

 

둘째, 치유하는 공동체를 건설할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죄인입니다. 그래서 항상 불완전하고 결핍된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우리는 자주 만나고 가까울수록 진심으로 대화하고 영적으로 일치하며 서로의 약점과 아픈 상처를 치유해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주님의 뜻입니다. 우리 공동체는 역사가 오래된 만큼 불편한 관계도 많고, 파벌도 많습니다. 이제 청산해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나 많이 형제자매들을 미워하고 배제하고 살아 왔습니다.

셋째, 사랑하는 공동체를 건설할 것입니다. 행사와 교육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것은 수단일 뿐 목적은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전례도, 봉사도, 모임도 모두 우리가 서로 사랑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교우 여러분, 제 소망이 너무나 비현실적인가요? 아니면 목표치가 너무 높은 가요? 하지만 교회의 본질은 복음 말씀을 실천하는 데 있습니다. 복음을 거슬러 살 것 같으면 굳이 성당에 나올 필요가 있겠습니까? 기복을 빌려면 점집에 가면 되고, 혼자 도를 닦으려면 암좌에 가면 되고, 잘난 척할 것 같으면 세속 단체와 모임에 나가면 됩니다.

 

본당 신부는 오늘 미사 중에 기도와 치유, 그리고 사랑의 공동체 건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제가 부족한 사목자이지만 여러분들의 기도와 주님의 도우심으로 능히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부디 동반자이신 여러분들에게 주님의 은총이 충만하길 바라며 새해에도 주님의 축복이 넘쳐 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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