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도 송년 미사 강론

 

 

오늘 24년도 송년 미사를 드리면서 지난 한 해를 돌아봅니다.

오늘 복음은 성탄 낮 미사 때의 복음과 똑같은 요한복음 1장의 말씀인데, 빛과 생명으로 오신 주님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과연 나는 빛과 생명이신 주님의 말씀대로 1년을 살았는지 어둠과 죽음의 문화 속에서 욕망대로 살았는지 반성해 봅시다.

 

그리고 한 해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모두 주님께 받은 은총임을 고백하면서 감사하고 살았는지 돌아봅니다. 아니면 여전히 나는 불행하고, 화가 나고, 빼앗겼고, 억울한지 그래서 감사할 것이 없는지 살펴봅시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우리가 꼭 기억하고 기도해야 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난 1229일 성가정 축일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변으로 생존자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세 살배기 아이부터 팔순을 맞은 어르신까지 가족여행을 마치고 즐겁게 돌아오는 길이 비참한 황천길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대한민국을 충격으로 몰고 간 이번 참사는 유가족뿐만 아니라 국민들 가슴에도 큰 아픔과 상처를 남겼습니다. 국가 애도 기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지만, 더욱 가슴 아픈 것은 망자들의 딱한 사연보다도 이 참사를 현 정부와 대립하는 정치 세력을 그 배경으로 보고 있으며 사탄의 소행이라고 말한 정모씨 목사의 망언입니다. 정말 아직도 이런 사람이 종교 지도자로서 버젓이 활동하고 있으며 그 추종자들이 큰 소리를 내고 있다니 도저히 믿겨 지지가 않습니다. 아무튼 우리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그들의 안식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참된 행복과 기쁨이 무엇인지를 묵상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런 시가 있습니다.

참된 행복은

진리와 더불어 있고

참된 기쁨도

진리와 더불어 있다.

 

진리가 떠나는 날

행복도 기쁨도

우리 곁을 떠난다. - 바타

 

행복이라고 다 좋은 것이 아닙니다. 또 기쁨이라고 다 좋은 것이 아닙니다. 진리가 함께 하지 못하는 행복과 기쁨은 결국 오래 가지 못합니다. 우리에게 진리는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리스도 없는 행복과 기쁨은 영원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행복과 기쁨은 비록 인간의 눈으로 볼 때 불행과 슬픔처럼 보이더라도 그 안에는 영원한 생명이 있습니다. 다사다난했던 2024년 여러분은 진리이신 그리스도를 통하여 참된 행복과 기쁨을 누리고 계시는지요?

 

끝으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신앙은 그저 예수님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보시듯이 그분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분께서 세상을 바라보시는 방식에 참여하는 것이다.”

 

우리의 믿음은 개인적인 신심 행위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믿음은 그리스도의 시각으로 세상을 관찰하는 것이고, 그리스도의 방식으로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오전에 올해 마지막 소공동체 봉사자 모임을 하면서 이렇게 훈화했습니다. “신자수와 재정이 늘어도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며 배려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한 해가 가지 전에 정말 우리 공동체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았는지 돌아보고 새해에는 더 큰 신앙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주님께 자비와 용서를 청하도록 합시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1 다해 연중 제3주일 강론 주임신부1004 2025.01.28 10
80 다해 연중 제2주일 강론 주임신부1004 2025.01.20 15
79 다해 주님 세례 축일 강론 주임신부1004 2025.01.12 10
78 다해 주님 공현 대축일 강론 주임신부1004 2025.01.05 10
77 다해 천주의 모친 성모 마리아 대축일 강론 주임신부1004 2025.01.02 6
» 2024년 송년미사 강론 주임신부1004 2025.01.02 4
75 다해 성가정 축일 강론 주임신부1004 2024.12.30 7
74 다해 주님 성탄 대축일 낮미사 강론 주임신부1004 2024.12.26 18
73 다해 주님 성탄 대축일 밤미사 강론 주임신부1004 2024.12.26 8
72 다해 대림 제4주일 강론 주임신부1004 2024.12.22 6
71 다해 대림 제3주일 강론 주임신부1004 2024.12.18 8
70 다해 대림 제2주일 강론 주임신부1004 2024.12.12 7
69 다해 대림 제1주일 강론 주임신부1004 2024.12.12 12
68 나해 연중 제33주일 강론: 종말의 시대 주임신부1004 2024.11.18 28
67 나해 연중 제31주일 강론; 사랑의 이중계명 주임신부1004 2024.11.04 23
66 나해 연중 제30주일 강론: 다시 본다는 것 주임신부1004 2024.10.27 14
65 나해 연중 제29주(선교주일)강론 주임신부1004 2024.10.24 11
64 나해 연중 제28주일 강론 주임신부1004 2024.10.13 10
63 나해 한국 순교자 대축일 강론 주임신부1004 2024.09.23 21
62 나해 연중 제24주일 강론: 반석의 또 다른 이름, 사탄 주임신부1004 2024.09.19 1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