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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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다해, 2025년 1월 1일)강론
 
먼저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25년 올 한 해도 주님의 사랑이 가득한 은혜로운 해가 되시길 기도합니다.” 특별히 금년은 교황님께서 희년 전대사를 ‘희망의 순례자들’이란 주제로 선포하셨습니다. ‘하느님 용서의 충만함’을 표현하는 전대사를 받기 위한 구체적 내용은 오늘 주보 3면에 구체적으로 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실 새해가 되면 그해의 마지막 날이 참으로 멀다고 느껴집니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막상 그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 올해도 참 빠르게 지나갔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새해 첫날부터 힘차게 그리고 후회를 최대한 줄여나가면서 살아갈 것을 다짐해야 함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새해가 되면 이런저런 복을 빌어보고 또 특별한 결심을 통하여 한 해를 이렇게 살아보겠다고 다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연초에 한 결심이나 다짐도 그리 오래가지를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금년은 좀 더 첫 마음으로 초심의 마음으로 살아보겠다고 다짐하는 것도 하나의 삶에 지혜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새해 아침을 여는 오늘, 우리는 여드레 동안 경축하던 성탄 팔일 축제를 마감하면서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지냅니다. 복음 말씀대로 아기 예수님은 태어나신 지 여드레 만에 할례를 받으시고, 천사가 일러 준 대로 ‘예수’(하느님께서 구원하신다는 뜻)라고 불리게 됩니다.
루카 복음 전체는 바로 이 아기 예수님을 통하여 드러난 ‘기쁜 소식’을 전하는데, 예수님께서 유다 민족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만인을 위하여 오신 분, 곧 구세주이심을 힘주어 강조합니다. 루카 사가는 복음을 통해 예수님께서 가난하고 버림받은 사람들, 특히 여성의 권익을 위해 일생 투신하셨고, 그들의 진정한 친구이셨음을 선포합니다. 오늘 복음도 하루하루 겨우 살아가는 들판의 평범하고 순박한 목자들이 제일 먼저 그분을 찾아가 뵙고 경배하였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이 점을 부각시킵니다.
 
그리고 교회의 전례는 새해의 첫날에 두 가지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참된 평화를 주기 위해서 오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교황 바오로 6세는 1967년 오늘을 ‘세계 평화의 날’로 정했습니다. 평화는 사전적 의미로는 ‘전쟁이 없는 상태’라고 하지만 너무 소극적이고 협소한 의미입니다. 차라리 평화를 한자로 풀어보면 공평할 평(平) 자에 화(和)자를 풀어보면 벼 화(禾)자에 입 구(口)자가 결합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평화’는 ‘밥이 입으로 공평하게 들어간다.’라는 뜻이 됩니다.
하지만 신앙인의 측면에서 보는 평화는,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것입니다. 성모님처럼 겸손과 순명으로 삶의 모든 파도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평화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새해 첫날의 두 번째 의미는 참된 신앙인이며, 예수님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을 위한 날로 정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를 기억하는 날입니다. 우리 모두는 어머니의 몸에 10개월간 머물다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우리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는 어머니의 몸이 우리의 세상이었고, 우리는 어머니의 태중에서 모든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물론 우리는 세상에 나와서도 어머니의 끊임없는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자랄 수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교회는 새해의 첫날, 우리 모두의 어머니요,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개신교 프로테스탄트에서는 성모님의 가치를 격하시키려 하고 심지어는 가톨릭교회를 ‘마리아교’라고까지 폄하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부산가톨릭대학교 지산교정에서 ‘그리스도교 정신’이란 주제로 강의를 했었는데 학생들의 리포트에서 천주교를 마리아교로 이해하는 학생들이 제법 있음을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 성모님의 중요성이 진정으로 큰 것일까요? 만일 열심한 개신교 신자와 성모님의 문제로 토론을 한다면 우리는 어떤 말을 설득력 있게 할 수 있을까요?
 
성모님의 중요성은 ‘구원 경륜의 역사에 있어서 마리아 그분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즉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분이라는 사실은, 만일 마리아가 아니었더라도 그 당시 또 다른 사람을 통하여 하느님은 태어났을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이처럼 때가 차서 이 세상에 마리아 같은 인물이 있었기에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들을 위하여 오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마리아의 인물됨은 무슨 공부를 많이 해서 박식한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니요, 무슨 귀족가문 출신이어서 고귀한 인격을 수양한 인물도 아닙니다.
문제는 구약 시대 전체를 통해서 훌륭했다는 모든 예언자들도 보여주지 못한 그녀의 소박하고 하느님께 대한 확실한 믿음과 순종정신에 있었습니다. 구약시대의 유명한 예언자들인 예레미아와 요나 그리고 모세조차도 그들의 소명사화에서 자신이 하느님의 예언자가 되어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모두가 이를 의심하거나 피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달랐습니다. 천사 가브리엘의 전갈을 듣고 즉시 (Fiat voluntas tua) 즉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처녀가 아이는 낳는 스켄달이 될 것을 감수하면서도 말입니다. 여기서 성모님의 탁월한 믿음과 순명정신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새해의 첫날 그리고 세계 평화의 날을 보내면서 우리도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을 닮아, 가정과 사회, 그리고 세상에 평화를 만드는 일에 동참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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