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1일 연중 제29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by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posted Dec 3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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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21일 연중 제29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신부가 신자들의 문젯거리들 중에 참견해서는 안 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중매를 서서는 안 된다. 중매, 잘하면 쌀이 서말 혹은 술이 석잔, 못하면 뺨이 석대라지만, 신부가 중매를 서면, 뺨 석대뿐만 아니라, 평생을 욕을 얻어먹으며 살수 있다. 오래 살기를 바라는 신부가 있다면, 중매를 서면 된다. 신부는 대개 신앙생활 공동체 안에서 생활하는 신자들의 모습만 본다. 그들의 사회생활이나, 가정생활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 신부 앞에서 보이는 말과 행동과 신부 없는 데서 보이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들이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또한 신부 눈에는 기도 열심히 하고, 신앙생활 착실히 하는 사람들은 꽤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선입견이 없어야 하겠지만, 불행하게도 개별 신부들의 선입견 때문에 제대로 사람을 보지 못한다. 

       
둘째, 재산과 관련된 송사 거리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돈에 대한 개념이 뛰어난 신부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신부들은 돈에 대한 개념이 일반인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저렴하다. 수사 신부들은 사제서품을 받으면서, 청빈, 정결, 순명 서약을 하지만, 교구 신부들은 정결과 순명 서약만 한다. 청빈 서약을 하지는 않지만,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 그리고 교회 안이 아닌 교회 밖에서 소위 투 잡(two jobs)을 뛰어서도 안 된다. 탐욕을 경계하고,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이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음을 삶으로 실천하며, 모범을 보여야 할 사람이 신부들이기 때문이다. 

      
셋째, 국가기관의 공직 참여, 직접적인 정치 활동이나, 직접적인 노조 개입은 안된다. 일명, 공직 참여 금지, 정당 가입 금지, 노조 가입 금지다. 하지만, 교구장의 허락이나, 장상의 허락이 있을 경우, 금지조항은 해제되며, 공동선의 증진에 도움이 될 때에도 금지조항은 해제된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의 ‘사제직무 생활지침’ 285조 : ‘성직자들은 국가 권력의 행사에 참여하는 공직을 맡는 것이 금지된다’ 287조 :‘정당이나 노동조합 지도층에서 능동적 역할을 맡지 말아야 한다’ 직접 개입이란 △국가의 공직을 맡는 것 △정당 가입 △노조 가입이다. 그러나 287조는 ‘다만 교회의 관할권자의 판단에 따라 교회의 권리 수호나 공동선 증진을 위하여 요구되면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해 교회 권리 수호나 공동선 증진을 위하는 것이라고 교구장이 판단하면 정당이나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가 반포한 간추린 사회교리 408항은 ‘교회는 민주주의를 높이 평가하는데, 이 체제는 시민들에게 정치적 결정에 참여할 중요한 결정을 부여하며, 피지배자들에게는 지배자들을 선택하거나 통제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평화적으로 대치할 가능성을 보장해준다’고 선언한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사제나 평신도가 공동선인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반민주적 정권에 비폭력 방식으로 저항하는 등 현실에 적극 개입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일제시대, 한국 가톨릭이 일제에 굴종해 ‘현실 정치 참여 금지’라는 명목으로 전국민이 참석하는 3·1운동에 사제와 신자들을 참여할 수 없게 했다. 만세 시위에 가담한 신학생들을 퇴학시키고, 이토 히로부미를 심판한 안중근 의사의 신자 자격을 박탈하고, 일본의 전쟁을 돕기 위해 종탑을 전쟁 무기공장에 헌납하고, 일본 제국주의에 아부하고 침묵했다. 한국 천주교회는 그 시절, 분명히 이 민족의 역사 속에서 잘못을 저질렀다. 이에 반해 지난 독재정권시절, 무법, 무능, 무지, 무책임, 무도, 무례한 정치권력에 맞서 자신의 희생을 각오하고 양심의 소리를 내었고, 현재에도 그렇게 하는 것은 결코 잘못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교회의 사명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사제다운 사제로 살도록 사제들을 위해서 끊임없이 기도해 주시기를 바란다.  그 사제들 중에 여러분의 본당 신부도 들어 있으니, 저를 위해서도 기도 중에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