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다해, 2024년 12월 27일)강론
오늘은 다사다난했던 2024년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주일로서 그동안 주님께서 베풀어주신 모든 은혜에 감사하고 또 다가오는 새해에도 주님의 더 크신 축복이 여러분의 가정에 함께하시길 기원하며 오늘의 강론을 시작할까 합니다.
오늘 교회는 예수님과 성모님 그리고 요셉 성인이 이루셨던 성가정을 기념하는 ‘성가정 축일’을 지냅니다. 이 축일은 1921년 베네딕도 15세 교황에 의해 주님의 공현축일 다음 첫 주일로 지내다가 1969년 전례력을 개혁할 때 성탄 팔일 축제 내 주일인 오늘로 옮겨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우리 한국교회는 지난 2001년부터 이 한 주간을 가정 성화주간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성가정 축일을 지내면서 우리 자신은 어떤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지 묵상해봅니다. 일반적인 정서에서 성가정이란 TV 홍보물에서나 볼 수 있는 행복한 가정? 기쁨이 넘치는 가정? 물질적으로도 아무런 걱정이 없는 가정? 아마 이러한 가정을 성가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과 성모님 그리고 요셉 성인이 이루셨던 가정은 그러한 가정이 아니었습니다. 이 가정은 오히려 불행해 보이는 가정이었고, 가난하고 초라해 보이며 걱정이 끊이지 않는 가정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왜 이 가정을 성가정이라고 말하며, 이 가정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할까요? 이 가정은 힘든 환경 속에서도 의로움을 잃지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끊임없이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데 최선을 다하고 살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뜻을 따라서 처녀의 몸으로서 예수 잉태 소식에 순명했던 성모님이었으며, 하느님의 뜻에 따라서 그런 마리아를 아내로 받아들이는 요셉이었습니다. 또한 꿈속의 천사 지시에 따라서 베들레헴에서 이집트로, 또 이집트에서 나자렛으로 옮기는 등 철저히 하느님의 뜻을 따랐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성가정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바로 그 내용이 오늘의 제2독서에 나옵니다.
“아내 여러분, 남편에게 순종하십시오. 주님 안에 사는 사람은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남편 여러분, 아내를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아내를 모질게 대하지 마십시오. 자녀 여러분, 무슨 일에서나 부모에게 순종하십시오. 이것이 주님 마음에 드는 일입니다. 아버지 여러분, 자녀들을 들볶지 마십시오. 그러다가 그들의 기를 꺾고 맙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은 바로 사랑의 실천입니다. 이 사랑이 가득한 가정을 만들어갈 때, 여러분의 가정은 바로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성가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사랑이 깊어지면 이름은 스스로 허물을 벗습니다. 그래서 모든 부부의 이름은 사라지고 ‘여보’와 ‘당신’만 남는 거랍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가정을 성가정으로 만들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은 가정의 구성원들이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사랑은 내일이 있을 수 없습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내일이면 이미 늦어버릴 수 있습니다.
지금, 여기, 이 자리의 사랑은 바로 내 가정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사랑과 우정을 나타내는 제라늄이라는 꽃의 꽃말은 ‘그대가 있기에 행복이 있네.’라고 합니다. 가족 한 명 한 명을 예쁜 꽃으로 생각하여 지금의 있는 그 자리에서 ‘그대가 있기에 행복이 있네.’라고 분명히 말해 주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를 쑥스러워합니다. 특히 경상도 사람들은 그 가운데서도 더욱 그러합니다. 쑥스러워하며 입안에서만 웅얼거리고, 생각만 하다가 내일로 미룬다면 영영 그 사랑한다는 아름다운 말을 가족이 듣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후회가 시린 가슴의 상처로 영원히 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집에 가시면 가족에게 ‘금년 한해 고생 많았다.’ ‘감사하다’ ‘사랑한다’ 등 한마디를 꼭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날 우리 한국 사회는 참으로 많은 가정이 해체의 위협을 받고 있고 실제로 해체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가족들이 흩어져 혼자 사는 이들이 많아지고, 젊은이들은 3포니(연애, 결혼, 출산) 5포니(인간관계, 집마련 추가) 하며 가정이 해체될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가정의 가치를 지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할 때입니다.
그러기 위해 어려서부터의 가정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가정교육은 부모가 먼저 참인간의 모습으로 사는 것입니다. 즉 하느님의 모습을 닮아 무엇보다 먼저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부모는 세속적 가치나 기준이 아니라 신앙실천과 기도하는 모습을 통해 자녀들에게 신앙교육을 시키는 일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교 가정에서 중요한 것이 신앙교육이며 부모는 최고의 신앙 교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자녀들이 어려서부터 성당에 나가게 하는 습관은 그 자체가 하느님을 알게 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배우게 하는 신앙교육이며 넓은 의미에서는 올바른 인격과 정서를 함양시킬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