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2024년 주님 성탄 대축일 밤미사 강론

 

행복한 사람

누군가 내 삶을 놓고 희망이란 말을 한다면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누군가 나를 만난 것은 축복이라고 말을 한다면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누군가 나와 헤어짐이 안타까움이라고 말을 한다면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누군가 멀리 떨어져서 내가 그립다고 말을 한다면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누군가 나에게 늘 함께 하고 싶다고 말을 한다면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누군가를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손용환 신부님 시

 

오늘 성탄 밤에 듣는 복음의 첫 마디는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이름입니다. 로마 초대 황제인 그는 자신의 제국을 위해 모든 속국들의 백성들에게 호적 등록을 명합니다. 호적 등록은 세금 징수와 군사 징집을 위한 기초 자료이지요. 사실 호적 등록은 황제의 통치권 행사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황제의 통치권 하에서 다윗 가문의 요셉도 호적 등록을 하기 위해 만삭의 아내를 데리고 베들레헴으로 떠납니다. 여기서 우리는 세속 권력 앞에 무력하신 하느님의 수치를 보게 됩니다. 또한 요셉은 해산이 임박하자 여관을 찾습니다. 그러나 여관마다 만원이었고 어떤 이도 자리를 내어 주지 않아서 결국 누추한 마구간으로 향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자기 백성에게 외면당하신 하느님의 모욕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황제보다 위에 계신 구세주가 나셨지만 사람들은 몰라보았습니다. 그러나 들에 살면서 밤에도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에게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으니, 여기서 우리는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위해 당신도 가난하고 힘없는 아기의 모습으로 오신 하느님의 겸손을 보게 됩니다.

 

오늘 밤 한 아기의 모습으로 오신 하느님은 어떤 분이실까요?

권력을 포기하신 하느님, 환대와 환영을 포기하신 하느님, 부와 안락함을 포기하신 하느님.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것은 신이 아니라 인간이었습니다. 그것도 부모의 도움 없이 는 한시도 살 수 없는 아기! 또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것은 권력이 아니라 겸손이었습니다. 또 모든 것을 소유하신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것은 부가 아니라 가난이었습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당신이 선택하신 비천하고 가난한 목자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어쩌면 이는 먼 훗날 당신 몸소 착한 목자가 되어 양 떼를 구원의 길로 이끄시고, 본인은 십자가 위에서 구원의 희생양이 되시기 위한 하나의 예표가 아니었을까요?

 

한편 천사는 포대기에 싸인 아기가 메시아를 가리키는 표징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여기서 연약한 아기를 통해 역설적이게도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납니다. 모든 인간은 신생아 시기를 거쳐 성인으로 성장합니다. 신이 아기가 되었다는 것은 신이 인간과 같은 길을 가겠다는 자기 포기 선언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신이 인간의 모든 처지를 받아들이겠다는 어떤 면에서 무모하지만 눈부시고 아름다운 사랑의 투신 행위와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이 극에 달하면 자신을 버리고 상대의 운명에 뛰어들게 됩니다. 하느님은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함께 나누시고자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오늘 밤 세상은 구세주의 탄생을 기뻐하며 노래할 것입니다. 한 아기의 탄생이 세상을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탄의 기쁨 속에서도 축제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전쟁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 여전히 테러와 학살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누가 가장 피해를 보겠습니까? 힘이 없는 여성과 어린이들, 그리고 노인들입니다. 여전히 인류 사회는 야만의 시대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는 어떻습니까? 정치는 혼란스럽고, 경기는 침체되어 분노와 실망, 그리고 불안과 불확실성 속에서 희망을 잃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세상의 어두움 속에서 우리 신앙인들은 어떻게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을까요?

 

성탄은 그리스도교만의 축제가 아닙니다. 종교를 떠나서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성탄을 축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탄의 메시지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야 합니다. 성탄의 핵심 메시지는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인간 안에 하느님께서 계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빈부귀천을 떠나 누구나 존엄하고, 동등하게 축복받아야 하며, 생명권은 남녀노소 신성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평화, 그리고 생명은 한 아기를 통해서 이 세상에 전달되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그 일을 해야 합니다. 아기 예수님을 축하하는 성탄은 내가 새로 태어나는 성탄이 되어야 합니다. 이제 나의 마음과 일상 안에서 아기 예수님이 태어나실 수 있도록 성탄의 메시지를 실천하도록 합시다. 아기를 보고 화를 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웃으며 이뻐하고 반깁니다. 새 생명의 탄생은 기쁨과 희망을 불러옵니다. 따라서 우리 안에 진정 아기 예수님께서 오신다면 나 또한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 차야 합니다. 이제 용서와 화해, 사랑과 평화, 희생과 나눔, 그리고 정의와 공동선이 구현되는 이 사회가 되도록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성탄의 메시지를 실천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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