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
오늘은 성탄 대축일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들은 하느님의 말씀, 요한복음은 성탄의 의미에 대해 한마디로 요약합니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 이 말씀은 하느님의 아들이 인간으로 우리 가운데 오심을 뜻하는 말씀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 하느님이 누구이신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려주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오늘 복음은 하느님이 누구이신지를 알려줍니다. 하느님과 그분의 말씀은 세상이 생기기 전에 계셨고, 실상은 세상은 하느님과 그분 말씀으로 나왔다고 복음은 전합니다. 세상 만물이 하느님과 그 말씀을 통해서 나왔으니, 바로 그분에게 생명이 있습니다. 그 생명은 사람들에게 빛을 비추어 줍니다. 세상을 비추는 그 빛이, 사람에게 생명을 주는 그 빛이 이제 이 세상에 온 것입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생명을 당신 아들을 통해 사람에게 나누어 주시고, 당신의 빛을 당신 아들을 통해 우리에게 비추어 주시는 분이십니다.
동시에 오늘 말씀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도 알려줍니다. 세상 만물이 하느님에게서 나왔듯이 인간 역시 하느님에게서 왔습니다. 인간은 하느님 생명을 나누어 받아 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인간은 하느님 생명의 빛을 받아 살아가는 것입니다. 비록 인간의 삶이 비루하고 허무하게 느껴질 때라도, 우리의 삶은 하느님 생명으로부터 나왔습니다. 우리의 삶이 부조리하고 세상이 악한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우리는 하느님의 빛에 비추어져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 하느님 생명이 숨쉬고 있으며, 인간 삶이 하느님의 빛으로 인도받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더 아름다울 수 있고, 더 거룩해질 수 있으며,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우리는 하느님 빛이 있는 쪽으로 나아갈 수 있을 때, 더 의미있고 더 가치있는 삶을 살 수 있음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에게서 나왔으니 하느님 안에서 우리의 존재는 더 빛나고 더 완전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바로 하느님 생명의 빛이 이 세상에 왔습니다. 이 빛이 우리를 더욱 환하게 비추어 줍니다. 우리가 이 빛을 따라 살 때, 우리는 참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오신 빛,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 생명의 빛을 우리에게 비추어 줍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은 이제 저 멀리 계시는 분이 아닙니다. 우리는 아무도 하느님을 본 적이 없지만, 우리에게 오신 그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제 하느님 곁에 그리고 하느님 안에 있게 됩니다. 하느님 생명이 빛이 우리에게 비추입니다.
그래서 요한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이 은총으로 우리의 삶이 새로워집니다. 우리의 삶을 은총이 감싸고 있고,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의 삶을 이끌어 주십니다. 엄마의 사랑을 깨달은 아이와 깨닫지 못한 아이의 삶이 다를 수밖에 없듯이, 하느님의 은총을 깨달은 사람의 삶은 그렇지 못한 삶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우리의 삶은 새로운 의미와 가치로 가득하게 됩니다. 우리에게 시련과 아픔은 잠시 지나가는 것이요 슬픔과 절망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오심으로써 하느님 생명의 빛이 우리를 비추고 있으며,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의 삶 전체를 감싸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성탄의 신비입니다.
오늘 주님의 성탄 대축일에 우리 본당 모든 신자분들이, 그리고 오늘 세례를 받으시는 우리 예비신자들이 하느님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고 하느님 은총 안에서 살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며,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