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4주간과 주님 성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주님 성탄을 며칠 앞둔 마지막 주일에 우리는 성모님의 엘리사벳 방문에 대한 복음 말씀을 들었습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다녀간 뒤 성모님은 150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서둘러 엘리사벳을 찾아가셨습니다. 교황님의 말씀대로 “마리아께서는 ‘일어나셨습니다.’ 시선을 아래로, 문제가 있는 쪽으로 향하신 것이 아니라, 위로, 하느님께서 계신 쪽으로 향하셨습니다. 그리고 누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생각하신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 도움을 주어야 할지 생각하십니다.” 우리는 이 구절을 통하여 예수님의 탄생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의미를, 진정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을 수가 있습니다.
젊은 시절 출세를 지향하며 몹시 방황하던 샤를르 드 푸꼬는 뒤늦게 복음을 깨닫고 회개한 후에 성모님의 이 방문의 신비에 주목하여 일생을 낮은 자리에서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그가 주목한 것은, 그때 마리아께서 홀몸으로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것이 아니라, 이미 태중에 아기 예수님을 모시고 갔다는 점이었습니다. 그처럼 푸꼬는 예수님을 알리기보다 모시고 살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기보다 예수님을 알아보게 되기를 원했습니다. 방문과 만남의 초점이 누가 누구를 만나는가 하는 인간적인 관계에 있지 않고 그 관계가 모시고 있는 분에 대한 것이라고 푸꼬는 굳게 믿었습니다.
우리는 지난 4주 동안 대림초를 밝히며 주님이 탄생을 기다려왔습니다. 성탄을 가르키어 옛 성인들은 ‘하늘과 땅의 입맞춤’이라고 말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사랑인 하느님이 몸소 인간의 몸으로 이 세상에 오신 것을 말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성탄을 기다린다는 것은 바로 이 ‘위대한 사랑’을 기다리는 것이며, 그 사랑이 바로 우리 인간, 아니 내 안에 임하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그 사랑을 몸에 담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며, 동시에 그 사랑의 증인이고 전달자들인 것입니다. 우리가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성모님처럼 서둘러, 하느님의 이 극진한 사랑을 전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번 성탄을 맞이하여 주님의 오심만을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에게 사랑을 증언하며 그 사랑 안에서 모두가 함께 기뻐하는 아름다운 성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