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4주일(다해, 2024년 12월 22일)강론
아주 먼 옛날, 몇몇 인간이 자신들 역시 하느님처럼 창조를 할 수 있다면서 하느님께 창조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먼저 하느님은 물을 창조하셨습니다. 그러자 인간은 곧바로 그 물로 술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기뻐하며 밤새 술을 마시면서 자신들이 하느님을 이겼다며 서로 축하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새벽에 그 인간들은 바닥을 더듬거리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하지요.
“하느님~~~ 제발 물... 물... 물 좀 주세요~~~”
인간은 절대로 하느님을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런데 교만과 욕심으로 하느님을 뛰어넘으려는 착각 속에 빠지고 있습니다. 또한 하느님을 마치 알라딘의 요술램프처럼 여기고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이루어져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 역시 하느님을 자신의 밑에 두려는 교만과 욕심의 표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겸손하고 사랑의 마음을 갖춘 사람만이 하느님을 제대로 알 수 있으며, 하느님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예수님의 성탄을 기다리는 대림환의 불이 모두 켜진 대림 제4주일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기쁜 성탄을 맞이하기 위해 대림시기 동안 특강도 듣고 고해성사를 통해 마음을 깨끗이 하며, 2차 헌금을 통해 나눔과 자선을 실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준비들을 하면서 대림절을 잘 보내겠다고 다짐했지만, 벌써 대림시기의 막바지에 들어서 있습니다. 이제는 주님 성탄을 준비하기에 시간이 부족한 것처럼 보이고, 결국은 쫓기듯이 성탄을 맞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는 미카 예언자를 통해 하느님의 약속이 펼쳐집니다. “너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 부족들 가운데서 보잘 것 없지만, 나를 위하여 이스라엘을 다스릴 이가 너에게서 나오리라.”는 약속을 하십니다. 또한 보잘 것 없는 마을 베들레헴에서 수백 년 동안 기다려 온 메시아께서 나실 것이라는 내용이 오늘 복음에 나오는 하느님의 말씀이요 약속입니다. 그리고 이 약속은 그대로 성취되었습니다. 예수께서 바로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마리아는 유다 산골 동네에 사는 친척 엘리사벳을 찾아갑니다.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만남은 동시에 태중에 잉태된 메시아와 그 선구자와의 첫 번째 만남이기도 합니다. 엘리사벳과 그녀 태중의 선구자 요한은 구세주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대표하는 반면, 마리아와 그분 태중에 잉태된 아기 예수님은 사람들 사이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대표합니다.
엘리사벳은 마리아의 복되고 위대하심을 찬양하였고, 태중의 요한은 아기 예수님의 오심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엘리사벳의 감사에 넘친 감탄은, 주님의 탄생이 인류가 오랫동안 고대하던 기다림의 결실이며 그 탄생으로 평화와 구원의 시간이 되었음을 알리는 고백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려고, 인간의 몸을 취하시어 이 세상 안으로 들어오시는 성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세상에 오시는 예수께서 장차 겪으실 일이 무엇인지, 사실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성탄이 즐거운 분위기라면 파스카 성삼일은 장엄하고 비장한 한편의 드라마 같습니다. 그래서 부활의 기쁨은 성탄의 기쁨과는 종류가 다른 것 같습니다.
성탄은 아이들 생일을 축하하듯이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는 하루가 아니라,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그 모든 결과를 감수하시며 세상에 오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하는 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이틀 후면 이 땅에 그리고 성탄절을 준비해온 우리의 가슴마다에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십니다. 이 땅에 오시는 그분을 참된 구원자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바탕은 바로 우리의 믿음입니다. 마리아와 같은 믿음만이 우리도 그리스도를 내 안에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런 믿음이 우리 안에 있는지를 조용히 생각해봅니다.
사람들이 우리에게 어떤 종교를 믿느냐고 물으면 우리는 가톨릭 혹은 천주교를 믿는다고 대답합니다. 그럼 과연 가톨릭 천주교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믿느냐? 라고 물으면 ‘사도신경’에 나오는 모든 내용을 믿는다고 대답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믿음이 진정 우리의 삶에 기쁨과 평화를 가져다주고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킵니까? 라고 묻는다면 여러분의 대답은 어떠하십니까? 만일 ‘예’라고 대답하신다면 여러분의 신앙은 참으로 자랑스러울 것입니다. 그러나 열심히 믿고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는데도 은총을 느끼지 못하거나 삶에 기쁨과 평화가 자리하지 못하다면 내가 믿는 신앙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가 함께 모여 기도하고, 주님께서 하신 약속들이 꼭 이루어지리라고 믿는다면, 또 주어진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기쁘게 생활한다면 바로 우리 가운데에도 분명 주님께서는 오실 것입니다. 2000년 전에 엘리사벳과 마리아를 사랑하셨던 그 주님께서는 이 자리에 있는 우리도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