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사벳과 마리아의 만남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대림 시기의 네번째 주일입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엘리사벳과 마리아의 만남에 대해 전해줍니다.

엘리사벳은 젊어서도 아이가 없었고 이제는 늙어 자식을 가질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은총으로 아이를 가집니다. 그 아기는 세례자 요한입니다. 그리고 마리아는 사회적으로 그리고 율법상 아이를 가져서는 안되는 여인이었습니다. 이 두 여인은 각자의 배 안에 아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리아는 엘리사벳의 출산을 도우려 먼 길을 찾아왔습니다.

두 어머니 모두 자신의 임신을 숨기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루카 복음서는 엘리사벳이 임신 후에 다섯 달 동안 숨어 지냈다고 말합니다. 마리아 역시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릴 수 없는 처지였습니다. 두 어머니 모두 비슷한 처지에 있었으니, 서로의 처지를 서로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고,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신비가 자신들을 감싸고 있으며 하느님의 힘이 그들을 이끌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러기에 엘리사벳은 마리아에게 여인들 가운데 가장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도 복되십니다하고 말합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지는 않지만, 엘리사벳의 인사에 마리아는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뛴다고 화답합니다. 하느님의 계획은 두 어머니를 통해 서서히 드러나고, 하느님의 약속은 성취를 향해 서서히 전진하고 있음을 오늘 복음은 전해줍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은 표면적으로는 두 어머니의 만남을 전해주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두 여인의 아들들의 만남을 전해줍니다. 마리아의 태중의 아들을 본 엘리사벳의 태중 아이는 즐거워 뛰놀기 시작했다고 복음은 말합니다. 엘리사벳의 태중의 아들, 세례자 요한은 구약성경의 예언전통 전체를 대표합니다. 그는 광야에 살았으며, 주님 심판의 날을 선포했으며 회개의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을 엘리야 예언자가 다시 왔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구약성경을 대표하는 요한이 신약성경을 대표하는 예수님을 만나게 되어, 즐거워 뛰놀기 시작합니다. 두 어머니의 만남을 통해 요한의 길이 예수님의 길로 이어지고 있고, 구약의 예언이 신약의 성취를 향해 전진합니다. 두 어머니의 만남은 구약과 신약의 만남을 상징하고 있고, 구약이 신약에서 비로소 이루어질 것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엘리사벳과 마리아, 두 어머니의 만남은 두 아들의 만남을 보여줍니다. 두 아들의 만남은 구약과 신약의 만남을 상징합니다. 이 만남은 이제 예수님과 우리의 만남을 암시하고 상징합니다. 마리아 태중의 아들의 이름을 마태오 복음은 임마누엘이라고 말합니다.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입니다. 이제 곧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약속이 우리에게 실현되고,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를 감싸게 될 것이며, 하느님의 구원이 우리의 인생을 이끌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과 우리의 만남은 믿는 이들에게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신앙이 이 만남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의 마지막 구절에서 엘리사벳이 외치며 말합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주님의 오심을 이틀 앞둔 오늘, 우리가 굳건한 믿음으로 주님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도하며,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 오늘의 강론 대림 제2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12.07 34
29 오늘의 강론 대림 제3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12.14 27
» 오늘의 강론 대림 제4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12.21 22
27 오늘의 강론 주님 성탄 대축일 밤미사 당감주임 2024.12.25 40
26 오늘의 강론 주님 성탄 대축일 낮미사 당감주임 2024.12.25 36
25 오늘의 강론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강론 당감주임 2024.12.28 36
24 오늘의 강론 송년감사 및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 강론 당감주임 2024.12.31 20
23 오늘의 강론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강론 당감주임 2025.01.01 15
22 오늘의 강론 주님 세례 축일 강론 당감주임 2025.01.11 43
21 오늘의 강론 연중 제2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5.01.18 21
20 오늘의 강론 연중 제3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5.01.25 17
19 오늘의 강론 주님 봉헌 축일 강론 당감주임 2025.02.01 19
18 오늘의 강론 연중 제5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5.02.08 26
17 오늘의 강론 연중 제6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5.02.15 28
16 오늘의 강론 연중 제7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5.02.22 24
15 오늘의 강론 연중 제8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5.03.01 24
14 오늘의 강론 사순 제1주일 당감주임 2025.03.08 25
13 오늘의 강론 사순 제2주일 당감주임 2025.03.17 17
12 오늘의 강론 사순 제3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5.03.22 13
11 오늘의 강론 사순 제4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5.03.30 1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