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대림 제3주일 강론)

 

익명의 자선가

 

대림초가 벌써 세 개째 밝혀졌습니다. 첫째 초는 깨어 있음, 둘째 초는 회개, 셋째 초는 기쁨입니다. 전례력으로 1217일부터는 대림의 후반부로써 성탄 때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곧 주님께서 오시니 우리는 기뻐해야 합니다. 그래서 1독서 스바니야 예언서와 제2독서 필리피서 말씀에서 자주 기쁨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지금 기쁘십니까? 기쁠 일이 없는데 어떻게 기뻐하겠습니까? 나라도 시끄럽고, 경기도 안 좋고, 하루하루 고달픈 생활 속에서 기쁨을 찾기란 어렵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하는 뉴스 하나가 있어 소개합니다.

 

지난 6일이었습니다.

털모자를 깊숙이 눌러쓴 할머니가 충북 충주시청에 들어섰는데요.

할머니는 기부하려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라고 물었습니다.

 

시청 직원의 안내로 5층 복지정책과를 찾은 할머니는 다소 긴장된 모습으로 주변에서 도움받은 것을 생각하며 이웃에게 보탬이 되고자 기부를 하고 싶다고 말을 꺼냈습니다.

 

그러면서 하얀 은행 봉투를 내밀었는데 그 속에는 5만 원권 현금 300만 원이 빼곡히 들어 있었습니다.

 

직원들이 자초지종을 물었지만 할머니는 '사진 찍히고 이름 내는 것을 바라지 않아요, 밭일하며 틈틈이 모았으니 더 알려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며 끝내 이름도 사는 곳도 밝히지 않았다고 하네요.

 

충주시는 성금을 충주사랑기금에 넣었다가 할머니의 뜻대로 저소득층 이웃을 위해 쓰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 할머니가 특정 기부천사 가수나 연예인처럼 돈이 많아서 기부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자신이 틈틈이 밭일을 해서 조금씩 모은 돈을 기쁘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한 것이었습니다. 이름 알리기를 좋아하는 자선가와 달리 그 할머니는 익명으로 자신의 수입보다 더 많은 돈을 기부했습니다.

 

오늘이 자선주일인데요. 자선은 도움을 받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선을 하는 사람과 그 자선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까지 참된 기쁨을 선사합니다. 자선은 내 재산을 누군가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에 사라지지 않는 보화를 쌓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해 본 사람만이 아는 기쁨입니다. 자선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기쁨을 알 수 없습니다. 그냥 아깝다라고 생각하지요. 아무리 대한민국이 사회복지가 잘 발달되어 있다 하더라도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늘 존재합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바치는 주일 헌금은 전액 교구로 보내져 교구 사회사목국을 통하여 소외받고 가난한 계층에 쓰여지게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세례자 요한의 입을 통하여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시는 그리스도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회개의 세례를 베푸는 요한은 군중에게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눔을, 세리들에게는 정의를, 군인들에게는 만족을 요구합니다. 거듭 말씀 드리지만 회개는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참된 회개에는 반드시 실천이 따라야 합니다. 회개의 실천으로 세례자 요한은 일반 백성들에게는 자선을, 세리들에게는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과세를, 군인들에게는 약탈과 착취가 아니라 자기 봉급으로 만족하라고 가르칩니다. 그러고 보니 모두가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에 입각한 권고들입니다. 사랑과 정의는 하느님의 속성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은 가련한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도우시지만, 그 가련한 이를 더 비참하게 만드는 세력들에 있어서는 가차 없이 당신의 의노를 드러내십니다. 성탄을 맞을 준비를 하면서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를 잘 실천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우리의 참된 기쁨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장미 주일입니다. 이제 성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회개의 판공성사를 보신 분들은 저마다 일상에서 사랑과 정의의 결실을 맺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겨자나무는 여러분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갑니다. 올 성탄도 세상일에 정신없이 함몰되다 보면 아무런 준비 없이 허무하게 지나가겠지요.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이유가 무엇인지, 왜 굳이 사람이 되어 오셨는지를 잘 생각해 보십시오. 대림시기에 내가 잘 준비한 만큼 성탄의 기쁨 또한 클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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