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2주일(다해, 2024년 12월 8일)강론
우리 교회는 기다림과 회개의 시기라고 하는 대림절도 벌써 2주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12월은 한 해의 마지막 달입니다. 그런데 마무리의 계절 12월에 교회의 전례력은 대림절로 새롭게 시작하게 됩니다. 12월에 세속의 마지막 달력 한 장과 교회의 새로운 달력 한 장이 서로 만나게 됩니다. 세속과 교회가 만나고 마지막과 새로운 시작이 서로 만나는 것입니다.
그전에 존재했던 자신이 죽어야 새로운 자아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두꺼비가 뱀에게 먹혀 죽어야 두꺼비가 지닌 독으로 뱀도 죽고 그 속에서 두꺼비의 새로운 새끼가 탄생하듯이 죽음은 새로운 탄생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나타납니다.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에 교회가 새롭게 전례력을 시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특히 1948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을 한 날을 기념하여 대림 제2주일을 ‘인권주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모든 인간들이 지닌 참된 존엄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단지 구호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인간 대접도 받지 못하는 모든 이들의 고통에 대한 연민과 관심을 행동으로 보여야 함을 되새기는 날입니다.
언젠가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30분 이상 걸리는 곳이라서 막연히 앉아있기가 뭐해서 묵주를 꺼내 들고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기도하는 모습을 본 어떤 분이 이러한 말씀을 하시네요.
“천주교 신자인가봐~~ 아저씨가 열심이네.” 아마 그분도 신자였겠지요.
사실 그때는 로만 칼라를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신부라라는 것을 그 누구도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묵주를 꺼내어서 기도를 하고 있는 저를 쳐다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왠지 쑥스럽고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묵주기도가 부끄러운 일은 절대로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순간, 이렇게 묵주를 꺼내어 기도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순간 제가 깨닫게 된 점은 사람들 앞에서 주님을 증거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성호를 긋는 일이나 기도를 바치는 것이, 자신의 체면이나 사람들 눈치 때문에 내가 가톨릭 신자라는 사실을 숨기며 살아간다면 우리는 오늘 복음의 주제인 ‘회개’란 단어를 깊이 묵상해 보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서는 예수님께서 오시기 전에 세상 사람들을 회개시키며 준비한 세례자 요한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대림절의 사나이 세례자 요한은 당시 백성들을 향해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 회개하고 세례를 받으라고 선포하고 있습니다.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 이처럼 요한은 회개의 세례를 통해 예수님의 구원에 동참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오실 아기 예수님을 깨끗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도록 회개를 외치는 것입니다.
추운 겨울은 조금씩 다가오고 장기화되는 경기침체로 다시 실직자 가정과 파산하는 자영업자들이나 기업들이 늘어나는 요즈음, 이사야 예언자의 간절한 소망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예언자의 소망대로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는 방법은 골짜기를 메우는 일입니다. 타인에 의해 골짜기로 굴러떨어져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이들을 사람답게 살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그런데 요즈음 세상은 예언자의 말과는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 시키는 대로 한 죄로 빚더미에 앉게 된 분노한 농민들, 수십 년을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회사를 위해서 묵묵하게 일해 오다 어떤 이유도 없이 쫒겨나는 노동자들, 저녁 8시만 넘어가면 손님이 뚝 끊어지는 자영업자들이 오죽했으면 코로나 시대가 더 나았다고 하소연합니다.
바로 이들에게 오늘 복음은 기쁨과 구원의 메시지를 알리고 있습니다. 성한 사람이든 장애인이든, 신분이 높든 낮든, 남자이든 여자이든, 누구이든 인간은 어느 정도 먹고사는 삶이 보장되며 차별받지 않고 누구나 소중하고 귀하게 대접받아야 할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회개가 필요합니다. 회개는 뉘우침만이 아닙니다. 진정한 회개는 새 출발을 위한 성찰과 반성을 통해 사랑의 실천으로 이어질 때 참된 회개의 실천이 될 수 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세상의 것에 기대하지 않고 영원한 하느님을 기다리는 사람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언젠가 바뀌고 변화하고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대림시기, 우리 모두가 세속보다는 하느님을 추구하며 자신의 삶을 회개하는 사람, 영원한 삶에 대한 기다림을 추구하는 행복한 신앙인이 되시길 바래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