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레지아 훈화)
#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았다.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떠나 광야생활을 할 때 40년간 만나를 내려주셨는데, 이런 권고를 하셨습니다. (탈출 16,16-18) “‘너희는 저마다 먹을 만큼 거두어들여라. 너희 식구의 머리 수대로 한 오메르씩, 저마다 자기 천막에 사는 이들을 위하여 가져가거라.’ 이스라엘 자손들은 그렇게 하였다. 더러는 더 많이, 더러는 더 적게 거두어들였다. 그러나 오메르로 되어 보자, 더 많이 거둔 이도 남지 않고, 더 적게 거둔 이도 모자라지 않았다. 저마다 먹을 만큼 거두어들인 것이다.”
‘오메르’는 약 4리터 정도입니다.
만나를 내려주시면서 하느님이 하신 권고는, ‘한 사람당 한 오메르씩 가져가는 것’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 말씀에 따라 매일 아침 가족 수만큼 만나를 거두었고, 그것을 구워 과자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어떤 이는 만나를 많이 거두었고, 어떤 이는 적게 거두었지만 가족 수에 맞게 가져갔기에 아무도 남거나 모자라지 않았습니다.
이 장면을 묵상하면 ‘공동분배와 나눔’의 아름다운 모습이 떠오르고,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식량은 어느 특정한 사람에게 편중되어서는 안 되고, 일용할 양식을 매일 내려줄 테니 먹고 사는 것에 욕심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시는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세상은 하느님의 뜻과는 달리 자원과 식량의 불균형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고, 해마다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로 고통받고 굶어 죽는 것은, 식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가진 것을 나누지 않기 때문이라 합니다. 하느님은 우리 모두가 골고루 먹고 살 수 있게 하셨는데, 움켜쥐고 나누지 못함으로 인해 서로를 더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봅니다.
날이 점점 추워집니다. 우리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을 돌아보고, 사랑과 나눔으로 성탄을 잘 준비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