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2024.12.01 09:30

대림 제1주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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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1주일(다해, 2024년 12월 1일)강론

 
어제는 교회 전례력으로 한 해를 마치는 날이었고 오늘은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대림 시기의 첫날이자 12월의 첫날로서 금년은 교회 전례력이 일반 달력과는 한 달 정도 빠른 것 같습니다. 대림 시기는 2천 년 전 예수님의 첫 번째 오심을 기념하는 성탄을 기다리는 때이지만, 동시에 마지막 종말 때에 영광중에 다시 오실 재림 예수의 주님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2월 16일까지는 종말에 오실 주님을 준비하며, 그 후 17일부터 24일까지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준비하도록 전례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방탕, 만취, 일상의 근심은 우리를 좁은 벽 안에 가두어 버려, 지금 이 순간 외에는 더 큰 가치를 보지도 생각하지도 못하게 만듭니다. 만취한 사람은 술이 깨었을 때의 세상이 어떠한지를 생각하지 못합니다. 
일상의 근심에 묶여있는 사람도, 그 일 이외의 다른 것은 생각하지도 못합니다. 자기의 안위나 소유 그리고 걱정거리에 집착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가까이 오는 것을 알지 못하듯이, 이렇게 자유롭지 못한 이들은 예수께서 우리의 문을 열고 들어오셔도 깨닫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과 우리 집의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주님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도록, 신앙의 안테나를 좀 더 높이 세워야 하겠습니다.
 
누군가 인생은 기다림 속에서 저물어 간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 신앙인의 기다림은 막연하고 모호한 것이 아니라, 그분의 오심을 기쁨과 희망 속에서 준비하는 기다림입니다. 주님의 재림 못지않게 우리 개개인의 죽음도 준비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우리의 마지막 순간도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지요. 
주님의 다시 오심이, 늘 깨어 준비하며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주님과의 감격적인 해후의 순간이 되겠지만, 영원한 생명을 까맣게 잊고 오직 세속적이고 현세적인 것에만 몰두하며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두려운 만남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기다림과 관련해서 예전에 읽었던 ‘노란 리본’이라는 글이 생각납니다. 순간의 잘못으로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야 했던 남자가 있었습니다. 이별의 세월이 흘러 남자는 가족들이 자신을 기억하고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가기 전에 편지를 썼습니다. ‘만일 나를 기억하고 있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마을 입구에 있던 큰 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 주십시오. 이제 나를 기억하지 않고 있다면, 나를 기다리지 않고 있다면 그 나무에 빨간 리본을 달아 주십시오.’ 남자는 기차를 타고 가면서 생각하였습니다. 어떤 리본이 달려 있을까! 드디어 기차는 마을 역에 정차하였고 그가 마을로 들어서자 마을 입구에 있던 커다란 나무에는 가지마다 노란 리본들이 수도 없이 달려 있었습니다. 그 노란 리본을 보면서 남자는 기쁜 마음으로 마을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를 찾아오실 예수님께 보여 드릴 노란 리본은 무엇일까요? 2024년 대림시기를 시작하면서 주님께서 원하시는 선물,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하며 기다린다면 주님께서도 무척 기뻐하실 것입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이란 사랑실천, 용서, 베풂, 인내, 그리고 기도 등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오늘 복음 끝부분을 보면 예수께서는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루카21,36) 고 하셨습니다. 깨어 있다는 것은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으며 그것을 왜 하고 있는가를 아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고있는 일이 주님의 마음에 들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도는 바로 나의 삶을 그리스도 예수님의 삶에 비추어 보는 것입니다.
깨어 있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기도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말씀하셨습니다. “기도하는 것을 멈추지 마십시오. 기도를 멈추면 여러분의 영혼은 메말라집니다. ...주님 앞에. 기도하십시오! 기도를 버리지 마십시오! 특히 봉헌 생활을 하는 사람이 기도를 버리면, 영혼이 메말라집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다시 오실 재림과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는 시기 즉, 대림시기가 이제 시작되었습니다. 금년도 그동안 세속 일에 쫓기고 세상일 걱정에 시달려 자신을 돌이켜 볼 시간이 없었다면 이제 남은 한 달, 이 대림시기 동안이라도 마음을 추슬러봅시다. 그리고 가난한 이웃에 대한 배려와 부족했던 기도 생활도 관심을 가지고 시도해봅시다.
그리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우리 자신을 통하여 프리즘처럼 투영될 수 있도록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다면, 그만큼 우리는 생명의 책에 기록되고 우리의 구원은 성큼 다가와 있을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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