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깨어 기도하여라
오늘은 대림 제1주일입니다. 오늘부터 우리는 4주간 동안 주님의 성탄을 준비하며 기다립니다. 오늘 대림시기를 시작하며 우리가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점은, 무엇보다 먼저 성탄은 달력에 나와있는 12월 25일, 단순히 2000년 전에 탄생하신 예수님을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성탄은 달력 위의 그날 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지닙니다. 우리가 대림시기 동안 기다리고 준비하는 것은 바로 달력 위의 그 날짜가 아니라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입니다.
대림시기 동안 우리는 이미 우리에게 오신 그 주님을 기다리고 준비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주님은 과거의 주님만은 아닙니다. 주님은 미래에 오실 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림시기는 미래에 오실 주님, 우리 각자의 삶의 마지막 날에 오실 주님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서 주님은 과거에 오신 분만도 아니고 미래에 오실 분만도 아닙니다. 주님은 과거의 주님이시고 미래의 주님이시며, 동시에 지금 현재의 주님입니다. 대림 시기에 우리가 기다리고 준비할 가장 중요한 점은 지금 현재 여기에서 우리에게 오실 주님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대림 제1주일의 복음은 미래에 오실 주님에 대해서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복음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대치의 자연적이고 우주적 재앙에 대해 예고합니다. 그러나 복음이 우리에게 전하는 핵심은, 공포와 두려움이 엄습하는 가운데에서도 주님께서 오신다는 사실입니다. 세상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아도, 우리의 모든 희망이 붕괴되는 것 같아도, 우리 삶의 모든 의미가 무너지는 것만 같을 때에도, 주님께서는 그 모든 절망과 두려움을 짓밟고 우리에게 오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참으로 오늘 복음이 우리에게 하고자 하는 말은,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 속에 빠져 지내지 말고, 주님께서 우리에게 오실 때까지 “늘 깨어 기도하여라”는 말씀입니다.
깨어 있음은 단순히 잠들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언제나 기억하고 생각하고 의식하고 있을 때, ‘깨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대림 시기 동안 우리에게 오시는 가장 첫번째 준비는 깨어있는 것입니다. 그냥 시간을 보내고 생각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나의 가장 깊은 갈망과 내가 간절히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이 바로 주님을 기다리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기도하는 삶이 주님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중요한 태도입니다. 기도의 핵심은 하느님 말씀을 듣는 것이고 성령께서 나를 어디로 이끌고 가시는지를 깨닫는 것입니다.
우리가 “늘 깨어 기도”할 때, 과거에 오신 주님이 그리고 미래에 오실 주님이 현재 나에게 오시는 주님이 됩니다. 우리가 깨어 기도할 때, 주님께서 우리에게 오심을 깨달을 때가 옵니다. 우리가 깨어 기도할 때, 주님께서는 우리 삶의 온갖 어려움과 고통을 대신 짊어지고, 절망과 슬픔 속에 있는 우리를 다시 일으키시며 오실 것입니다. 우리가 참으로 깨어 기도할 때, 주님께서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오시게 됩니다. 그때가 바로 우리들의 성탄이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 마음 속에 오시길 늘 깨어 기도하며, 오늘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