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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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나해, 2024년 11월 24일) 강론

 
오늘은 교회전례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주일인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이며 이 주간을 성서주간으로 제정해 기념하는 날입니다. 프로테스탄트 개신교가 가톨릭교회와 갈라지면서 오직 성경을 강조한 후 가톨릭교회에서는 1565년 트리엔트 공의회를 통해 교회의 두 가지 원천은 성경뿐만 아니라 거룩한 전통이라고 선포하였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개신교는 7성사를 비롯한 교회의 거룩한 전통들을 모두 거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미사의 독서와 복음을 통해 또 성서통독이나 성경연구를 통해 성경을 자주 읽고 묵상하는 것은, 주님께 대한 일방적인 인간의 기도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으로써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그 자체가 훌륭한 기도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성서주간을 통해 성경통독과 필사에 좀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드렸으면 합니다.

이제 ‘그리스도 왕’에 대해서 묵상해 볼까 합니다. 2천 년 전 아무 힘도 없이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신 분을 우리가 오늘날까지 왕으로 고백하는 것은 마귀를 쫓아내거나, 풍랑을 잠재우고, 병자를 치유했던 놀랍고 신기한 기적사화 때문에 왕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닙니다.
그분은 하느님과 동동한 신적 본질을 가진 분으로서 가장 높은 분이셨지만 가장 낮은 모습으로 내려와, 우리가 어떻게 사는 것이 참으로 잘 사는 것인가를 깨우쳐 주셨기 때문에 그분을 왕 중의 왕이라 고백하는 것입니다. 화려한 금관 대신 가시관을 쓰시고 진리와 정의의 왕, 사랑과 평화의 왕, 봉사와 희생의 왕, 섬김과 겸손의 왕으로서 절망적인 고난과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셨기에 그분을 왕으로 고백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빌라도 총독은 예수님께 “당신이 유대인들의 임금이오?”라고 묻습니다. 이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세속적인 왕이 아니라 오직 진리를 증언하기 위해 태어난 왕으로서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 분’으로 자신을 소개합니다. 이러한 예수의 증언을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해하지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자칭 왕이라고 했다고 해서 정치적으로 고발되었으며 조롱받았고 마침내 십자가에서 죽음까지 당하셔야 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왕이셨습니다. 그분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기다렸던 강력한 정치적 세속적 권력을 지니고 사람들의 위에서 군림하는 왕이 아니라 지극히 낮은 자리에서 죄인들을 더 사랑하고, 마지막 순간에 가서는 우리 인간을 위해서 목숨까지 내어놓으신 봉사의 왕이요 진리의 왕이셨습니다. 우리 신앙인은 바로 이러한 왕의 모습을 따라 살아가겠다고 다짐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세 가지 사명 중에서 왕직인 것입니다.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길이 기억되는 인물이 아브라함 링컨입니다. 어린 시절 링컨은 집이 너무 가난해서 초등교육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어린 링컨에게 성경을 통해 끊임없이 하느님 말씀을 들려주었고, 하느님 말씀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링컨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마태복음 7장 1절인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받지 않는다.”라는 말씀을 택했고 일생을 하느님 안에서 사신 분입니다. 링컨에게는 에드윈 스탠턴이라는 정적(政敵)이 있었습니다. 스탠턴은 당시 가장 유명한 변호사였는데 한 번은 두 사람이 함께 사건을 맡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모르고 법정에 앉아 있던 스탠턴은 링컨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저 따위 시골뜨기와 어떻게 같이 일을 하라는 겁니까?”라며 나가 버렸습니다. 이렇듯 스탠턴이 링컨을 얕잡아 보고 무례하게 행동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대통령이 된 링컨은 내각을 구성하면서 가장 중요한 국방부 장관 자리에 바로 스탠턴을 앉혔습니다. 참모들은 링컨의 이런 결정에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스탠턴은 “링컨이 대통령이 된 것은 국가적 재난”이라고 공격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참모들이 재고를 건의하자 링컨은 “나를 수백 번 무시한들 어떻습니까? 그는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으로 국방부 장관을 하기에 충분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스탠턴은 대통령님의 원수가 아닙니까? 원수를 없애버려야지요!” 참모들 말에 링컨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원수는 마음속에서 없애 버려야지요! 그것은 ‘원수를 사랑으로 녹여 친구로 만들라’는 말입니다. 예수님도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훗날 링컨이 암살자의 총에 맞아 숨을 거두었을 때 스탠턴은 링컨을 부둥켜안고 통곡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여기, 가장 위대한 사람이 누워 있습니다.” 과연 링컨은 자기를 미워했던 원수까지도 용서하고 사랑한 진정한 승리자였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왕직, 사제직, 예언직이라는 세 가지 사명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일 먼저가 그리스도인의 왕직입니다. 즉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봉사의 왕이요 진리의 왕으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리스도인의 왕직을 수행하는 것이 무슨 거창한 일처럼 생각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그저 주어진 나의 환경속에서 나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을 먼저 생각해주고 나보다 더 힘들고 괴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고 사는 길, 즉 작은 일상 속에서 왕직의 수행은 더욱더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이제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대림시기 즉 주님 오심을 준비하고 깨어 기다리는 시기를 앞두고 오늘 복음의 메시지처럼 참으로 왕답게 살아가는 내가 되겠다고 다시 한번 주님께 다짐을 해봅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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