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아들이 큰 권능과 영광을 떨치며

오늘 우리가 함께 들은 하느님의 말씀은 마르코 복음 13장의 후반부입니다. 오늘 마르코 복음 13장 전체를 함께 묵상하면 좋겠습니다.

마르코 복음 13장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이 다 허물어질 것이라고 예고하시면서 시작됩니다.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호수가에서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셨고, 갈릴래아를 떠나 예루살렘으로 올라오셨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에 들어가셔서 마치도 장사꾼들과 강도들의 소굴로 변해버린 성전을 목격하시고는 그들을 다 쫓아 버리십니다. 이 모습을 본 예루살렘의 지도자들과는 이제 마지막 강을 지나버린 지경이 되었습니다. 이제 예수님은 예루살렘 성전 건너편 올리브 산에서 성전의 파괴를 예고하십니다. 그러나 아무리 장사꾼들의 소굴로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예루살렘 성전은 경건한 유다인들의 삶의 중심이요 신앙의 중심입니다. 그들에게 성전의 붕괴는 자신들의 삶과 신앙의 붕괴이고, 민족적이고 종교적인 정체성이 허물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더 나아가서 예수님은 예루살렘 성전의 파괴를 시작으로, 전쟁과 기근이 발생할 것이며, 제자들에 대한 음모와 박해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하십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은 큰 환란에 뒤이어라는 예수님의 말씀으로 시작됩니다. 성전의 붕괴, 전쟁과 음모, 박해와 기근과 같은 환란에 뒤이어, “해는 어두워지고 달은 빛을 내지 않으며 별들은 하늘에서 떨어질 것이라 예고하십니다. 그러나 그 뒤에 사람의 아들이 큰 권능과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올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온갖 환란과 재앙이 이 세상의 마지막이 아니라, 이런 환란과 재앙을 딛고 역사는 앞으로 나가고 하느님의 뜻은 이루어진다는 말씀입니다. 하느님이 보내신 메시아라는 뜻을 지닌 사람의 아들이 땅 끝에서 하늘 끝까지 의인들을 모을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사람의 아들이 온 세상의 의로운 사람들을 다시 모을 때까지 어떤 환란과 역경에도 굴하지 말고 견디어 내라는 말씀이요, 마지막 시간에 하느님의 권능과 영광이 새롭게 드러날 것이라는 희망의 말씀입니다.

오늘 주님 말씀의 핵심은 멸망이 아니라, 사람의 아들이 권능과 영광 속에 오실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주님의 말씀은 우리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이끌어 줍니다. 지금 우리의 삶이 온갖 어려움과 고통 속에 있더라도 그것이 영원한 것이 아님을 일깨워 줍니다. 지금의 아픔과 슬픔이 우리의 눈을 가리게 해서는 안됩니다. 성전의 붕괴와 전쟁, 온갖 음모와 환란이 최종적인 것이 아니듯, 우리 인생의 어려움과 고통이 마지막 끝이 아닙니다. 시간은 앞으로 나아가고 역사는 진전하며, 이 모두가 주님께서 다시 오실 희망의 시간을 향해 서있습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가 참고 견디면 주님께서 우리를 다시 불러주시겠다는 희망의 시간을 예고하고 계십니다.

더 나아가서 오늘 주님 말씀은 우리 인생의 마지막 시간, 우리 삶과 인격의 궁극적인 완성에 대해 묵상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 인생의 마지막 종착점을 향해 걸어갑니다. 그리고 그 종착점에서 우리 모두는 해는 어두워지고 달은 빛을 내지 않으며 별들은 하늘에서 떨어짐을 체험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 안에서 창조된 모든 것이 소멸되는 것을 체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오늘 주님의 말씀을 통해, 인간이 자기 자신의 마지막 시간으로 걸어가는 것이 파멸과 멸망의 길이 아니라, 오히려 살아계신 하느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차고, 때가 되면 주님께서 권능과 영광으로 오셔서 우리를 불러주실 것입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성전의 파괴, 온갖 재앙과 환란에서도 우리에게 오실 것이라고 약속하십니다. 주님의 말씀은 인생의 온갖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 길을 걷는 우리에게 위안과 용기를 주는 말씀이며, 우리가 걷는 길의 마지막 종점이 주님의 만나는 곳이라는 희망의 말씀입니다. 우리의 현재 삶이 우리의 눈을 가리지 않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청하며,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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