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연중 제31주일 강론)
사랑의 이중 계명
우리의 믿음은 계명 생활로 드러납니다. 다시 말해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거짓이라는 말입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분리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반드시 이웃을 사랑하게 되어 있고, 반대로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은 반드시 하느님을 사랑하게 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누구보다도 인간을 사랑하셨고, 당신께서 스스로 사람이 되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절대 하느님을 사랑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마더 테레사 수녀님께 어느 날, 화려하게 차려입은 어떤 귀부인이 찾아왔습니다. 테레사 수녀님께서 진물이 묻어나는 나병 환자를 닦아 주고 안아주는 것을 보고 귀부인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습니까? 저는 100만원을 준다 해도 못하겠습니다.” 그러자 테레사 수녀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요. 저는 1,000만원 준다 해도 못 할 것입니다.” 그리고 십자가를 손에 잡으시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분을 사랑하고, 이분이 주시는 힘으로 이 일을 기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씀을 남기셨지요.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하느님이라는 발전소에 믿음이라는 전기 코드를 꽂는 것과 같습니다.”
구교 집안의 신자들은 기본적으로 조과, 만과를 온 집안 식구들이 모여서 바쳤고, 성경 말씀을 풀이해 놓은 책을 늘 외우셨고, 그리고 교리를 아주 철저히 지키셨는데, 특히 파공(주님을 위한 날)과 십일조(교회와 이웃을 사랑하는 방법)를 정성을 다해 지키셨다고 합니다. 그것이 하느님 사랑의 실천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순교자들의 후손이자 교우촌 중심의 신자들은 이렇게 말이 아니라 몸으로 신앙을 증거했습니다. 그들은 의무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느님을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교우촌 신자들끼리 음식과 물질을 나누었고, 외인일지라도 궁휼한 사람을 보면 애긍을 기꺼이 실천했습니다. 항상 하느님 사랑은 이웃 사랑으로 이어졌습니다.
최근에 총대리 주교님께서 견진성사 차 사목방문을 하셨고, 그때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나눈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제가 요즘 선교가 어렵다고 말씀드렸고, 4개 아파트 구역에서 가두선교를 하고는 있는데 그렇게 효과가 두드러지 않다고 보고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주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가두선교도 좋지만 선교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방법이 달라질 것입니다. 교세 확장만을 목표로 두는 선교는 시간이 지나면 거품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직접 선교에 앞서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나는 내 교우들을 정말 사랑하는가? 우리 공동체의 관계는 좋은가? 교우들 간에 서로 용서하고 서로 이해하는가? 정말 교회 구성원들이 서로 사랑하고 도와주며 환대하고 살면 공동체의 살맛이 밖으로 넘치게 되어 있습니다. 굳이 선교를 강조하지 않아도 ‘우리 공동체에 좋은 사람들이 많으니 한 번 와서 좋은 관계를 맺어 봅시다.’하고 자발적으로 홍보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 공동체 안에 분열과 파벌, 미움과 갈등이 가득하면 누가 성당 문을 두드리겠습니까?”
저는 주교님의 이 말씀을 듣고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선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구나! 예수님께서 이르시길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 34-35)고 하셨지요. 우리 교우들의 삶이 바로 선교의 원천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무리 봉사를 많이 하고 기도를 많이 바치며 미사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참석한다하더라도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 미사 중에 진심으로 아직까지 내가 용서하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는 교우들을 위하여 기도했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상처와 자존심만 보지 말고 서로 간의 약함과 부족함을 연민하며서 진정한 화해를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영광이 세상에 드러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기우라고 생각합니다만, 혹시나 신자들 간에 정치 이야기를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치적인 입장은 다를 수 있지만 그것이 사견으로 그치지 않고 서로 감정적으로 충돌하면 극단적으로 원수가 되기도 합니다. 아예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는 이슈를 꺼내지 않는 것이 지혜입니다. 그리고 공식적인 단톡방에 절대 단체 공지 외 신앙과 무관한 내용을 올리는 것도 자제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믿음의 공동체입니다. 세속적인 것들이 우리를 잠식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