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연중 제31주간 훈화)
준주성범: 제8장 지나친 우정을 피함
1. ‘아무에게나 네 마음을 드러내지 마라.’(집회 8,19)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지혜로운 사람에게 네 사정을 말하라. 젊은 사람들과 세상 사람들과의 교제는 드물게 하라. 부자들에게 아첨하지 말고 대관들과 교제하기를 좋아하지 마라. 겸손하고 순진한 사람들과 사귀고 신심 있고 행실이 착한 사람들과 사귀어라. 그리고 건설적인 일에 대하여 이야기하라. 어떤 여인과도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말고 모든 착한 여인들을 하느님께 의탁하라. 오직 하느님과 그분 주위의 천사들과 친하게 지내고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것을 피해라.
2. 모든 사람을 다 사랑해야 하지만 지나친 우정은 유익할 것이 없다. 교제하기 전에는 평판이 좋았을 것으로 보이던 사람도 대면하여 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흔히 있다. 또한 남에게 잘해 주어 그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려다가 도리어 자신의 결점이 드러나 그와 불화를 겪는 경우도 있다.
<묵상>
준주성범의 집필 연대는 15세기이므로 지금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준주성범이 지향하는 그 정신과 신심은 지금도 유효하고 오히려 배울 점이 많습니다. 이번 우정이라는 주제도 내적인 친교가 아니라 외적인 친교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적합한 교훈이 아닌가 합니다.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유지하는 인간관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혜로운 사람의 필수 덕목입니다. 인간적인 우정에 앞서 하느님과의 우정이 깊어지면 이 부분은 더 확실해 질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고 실망하는 순간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더 깊은 우정을 맺고 싶어 하신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