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는 계명

율법학자 한 명이 예수님께 다가와서 질문합니다. “모든 계명 가운데 첫째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으로 예수님의 가르침이 명료하게 드러납니다.

먼저 예수님은 첫째 가는 계명을 구약성경의 신명기를 인용하여 말씀해 주십니다. 오늘 제1독서 신명기에도 그대로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 마음과 목숨과 정신과 힘을 다하여 주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는 계명입니다. 마음과 목숨, 정신과 힘은 인간 존재의 전체를 뜻합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서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신명기는 이 계명을 말하기 전에, “이스라엘아 들어라하고 먼저 말합니다. 오늘날에도 경건한 유다인들은 이스라엘아 들어라하며 시작하는 신명기의 이 계명을 아침기도와 저녁기도로 바칩니다. 매일 두번씩 이 계명을 되뇌이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신명기 계명을 인용하시며, 율법학자의 질문에 훌륭히 대답하십니다. 이것으로 예수님은 율법학자의 질문에 충분히 대답하셨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굳이 레위기 19 18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계명을 덧붙이십니다. 사실 구약성경에서는 이 두 계명이 전혀 연결지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이 두 계명을 덧붙이신 것입니다.

예수님이 이 두 계명을 덧붙이신 이유는,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람이 실상은 하나이고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는 것을 가르치신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나가 없으며 다른 하나를 이룰 수 없음을 간파하신 것입니다. 사실 하느님 사랑은 너무나 쉽게 독선과 독단, 아집으로 변해버립니다.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에 유럽에서 가톨릭을 믿는 나라와 개신교를 믿는 나라가 30년 동안 전쟁을 합니다. 물론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이유가 없지는 않지만, 표면적으로는 종교 전쟁이었습니다. 이처럼 하느님 사랑은 너무 쉽게 독선으로 변합니다. 또한 하느님 사랑은 너무 쉽게 자기 과시로 변하기도 합니다. 주위를 헤아리지 못하고 한 방향으로만 질주하다 보면 목표와 목적을 상실하기 쉽습니다. 사람을 헤아리지 못하면 하느님 사랑을 제대로 이루지 못합니다.

인간의 사랑 역시 쉽게 부패합니다. 사랑은 너무 쉽게 소유욕, 지배욕, 질투와 뒤섞이고 너무 쉽게 변해버립니다. 말은 사랑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자기 마음 깊은 곳에 숨겨진 집착과 애착인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사랑을 자기 안에 가두어 놓으면 너무 쉽게 욕망으로 변해버립니다. 이웃사랑을 온전히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도 멀리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하느님 사랑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서로의 목적을 온전히 이루기 위해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첫째 계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굳이이웃사랑을 첨가함으로써,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이중적 관계를 분명히 깨닫도록 우리를 일깨워 주십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통합을 우리는 요셉 성인을 통해서 볼 수 있습니다. 요셉 성인은 율법에 충실하고 하느님 앞에 의로운 사람이었습니다. 마음과 목숨, 정신과 힘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약혼녀 마리아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됩니다. 루카 복음을 보면, 요셉 성인은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파혼하기로 결심합니다. 요셉은 법대로, 율법대로 처리하지 않았습니다. 약혼녀 마리아를 최대한 배려하고 존중했다는 뜻입니다. 처녀 마리아가 율법에 의해 단죄 받지 않도록, 마리아의 인격과 체면이 손상 받지 않도록 배려했습니다. 그 결과로 마리아는 구세주를 낳게 되고 구원의 역사가 시작되게 됩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은 두개의 사랑이 아니라, 하나의 샘에서 나오는 두 개의 물줄기입니다. 이웃사랑 없는 하느님 사랑은 맹목적이고, 하느님 사랑 없는 이웃사랑은 부패합니다.

오늘 우리 역시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데 마음과 목숨, 정신과 힘을 다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하며,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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