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0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주일 복음에서 바르티매오는 나자렛 사람 예수님이라는 소리를 듣고, 주님께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라고 외쳤으며, 예수님은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라고 하시며 믿음으로 청하는 그 희망에 답을 주십니다. 오늘 바르티메오의 외침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면, 힘들고 어려우며 곤경에 처한 우리의 이웃이 예수님을 믿고 있는 우리에게 외치는 소리로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하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외침에 대답해야 하겠습니까?
하버드대 학생이 아프리카에 있던 슈바이처 박사를 찾아가 가르침을 받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환영은커녕 박사를 만날 수도, 만나주지도 않았습니다. 몹시 실망해 귀국을 준비하고 있을 때 큰 비가 와 마을이 온통 물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그때 한센병을 앓는 한 아이가 물에 빠진 것을 보고 뛰어들어 구해주었습니다. 그제야 박사가 그를 불러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며칠 자네를 지켜보니 전혀 나를 만날 준비도, 만날 가치도 없었네. 그런데 아이를 구해주는 것을 보고 자네에게 자비의 마음이 있는 것을 보았네.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의사나 약이 아니라 자비의 마음일세.”
세상을 치유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자비의 마음입니다. 이 마음이야말로 황폐하고 강퍅한 이 땅에서 품어야 할 마음입니다. 주님께서도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하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보여줄 하느님 자비의 얼굴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주 단순합니다. 먼저 다가가기, 공동체가 하느님 중심으로 한마음 한뜻이 되는 것, 내 것을 내어주는 것, 온유함과 따뜻함으로 이웃을 대하는 자세 등입니다. 우리들은 항상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하고 주님께 외쳐야 하지만, 동시에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하고 외치는 우리 이웃들의 소리도 귀담아 들고 그들에게 자비로운 마음으로 다가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자비를 청하는 이웃의 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힘들고 어려운 그들에게 우리의 손을 내밀어 자비로우신 하느님을 모두가 체험하는 아름다운 한 주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