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32호 2017.0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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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준한 신부 |
원자시계와 하늘의 징조
김준한 신부 / 감물생태학습관 관장 jhkim7291@gmail.com
벼농사의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이미 모판에 볍씨를 뿌리고 흙을 덮어 자라게 했습니다. 그리곤 물을 댄 못자리논에 모판을 옮겨 놓고 부직포를 덮어 논에 적응하며 잘 자라도록 갈무리를 했습니다. 이제 5월 말 모내기를 하고 나면 온 들녘은 푸르름으로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이즈음 언제가 농사를 위해 가장 적당한 때인지는 하늘을 보고, 또 땅을 보며 잘 가늠해야 합니다. 물론 150억 년에 1초가량의 오차만 나는 스트론튬 원자시계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비바람이 치든, 가뭄이 들든 어떤 외부조건에도 굴하지 않고 가능한 한 완벽한 시간을 측정하여 변치 않는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명이 움트고 자라는 데는 그것으론 도저히 채울 수 없는‘예민한 정확성’이 필요합니다. 생명은 숨통이 트여야 자랍니다. 곧 홀로 머물지 않고 다른 생명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을 때라야 비로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생명이 매번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가장 정확한 때는 다른 생명을 살펴야만 알 수가 있습니다. 이런 농사의 이치가 인간의 삶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나의 계획과 시간은 이웃의 계획과 시간을 고려하여 세워져야 합니다. 거기에다 하늘의 이치인 주님의 뜻에 맞추어야만 비로소 제대로 된 나의 계획과 시간을 마련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창조주 하느님의 신비를 눈치채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기껏해야 관절 통증으로 비와 습도를 예측하는 수준으로 전락한 인간의 생체리듬은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시대의 징표도 하늘의 징조를 풀이할 줄 알고서야 가능하다고 한다면,(루카 12, 56 참조) 하늘도, 햇볕도, 바람도, 그 사이를 가득 채운 풍성한 피조물의 생명도 두루 살펴 내 삶의 풍요로움과 시대를 제대로 식별하는 길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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